국회가 어제 본회의를 열어 공공ㆍ민간 양 부문의 대규모 사업장에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대규모 사업장의 사업주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대신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해온 제도가 내년부터 폐지된다. 또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후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된다. 직장어린이집 의무 설치 대상은 기존대로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의 사업주다. 이번 입법은 보육시설 설치에 소극적인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 대응 조치로 평가된다. 직장어린이집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크고, 특히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 실천 차원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업의 노력은 수요에 비해 많이 미흡했다. 지난해 말 현재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부과 사업장 1074곳 가운데 59%인 633곳이 민간기업이다. 이들 민간기업 중 직장어린이집을 직접 설치한 곳은 287곳(45%), 인근 어린이집에 보육을 위탁한 곳은 69곳(11%), 보육수당을 대신 지급한 곳은 122곳(19%)이다. 나머지 155곳(25%)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경영계는 그동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국회의 이번 입법 직전에 "재정여력이 부족한 중견 사업장과 사업특성상 보육수요가 부족한 기업에까지 어린이집 설치를 강요하는 것은 기업경쟁력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보육수당은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선호하는 기업 보육지원 제도"라면서 "보육수당 제도를 폐지하면 근로자의 반발과 산업현장의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까지 했다. 직장어린이집 설치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직장어린이집이 근로자의 애사심과 노동의욕 고취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집 설치는 기업의 훌륭한 투자다. 실제로 직장어린이집 운영으로 이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경총이 어린이집보다 보육수당을 택한 일부 근로자들의 반응을 과장해 산업현장의 혼란으로 연결시킨 것은 무리한 비약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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