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총괄프로듀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브로드웨이 진출시키는게 목표다'

'한국적 소재에 갇혔던 무대...이제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 보여주겠다'

김희철 충무아트홀 본부장은 "지난 10년간 충무아트홀은 인큐베이팅, 페스티벌, 명예의 전당 등 뮤지컬 관련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공연계 안팎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선 유준상·류정한·이건명·박은태·한지상 등 실력파 배우들의 대거 캐스팅 소식만으로 일찌감치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공연 관계자들은 보다 다른 이유에서 이 작품의 흥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이 총제작비 40억원을 들인 대형 '창작'뮤지컬이라는 점, 게다가 공연 제작사가 아닌 '충무아트홀'이란 공연장에서 직접 제작에 나선 최초의 뮤지컬이라는 점 등에서다. 작품 제작을 진두지휘한 총괄프로듀서, 김희철 충무아트홀 본부장(52)을 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만났다. 마침 이 날은 충무아트홀이 10살이 되는 생일날이었다. "지난 11일 프리뷰 개막을 앞두고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 연습실에서 대본을 보면서 수도 없이 생각해봤다. 과연 이게 무대에 올랐을 때 어떤 모습일까. 관객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불안하고 걱정도 컸다. 하지만 무대에 막상 올리고 난 후에는 울컥하기도 하고, 뭔가 한 획을 그었다는 행복감이 느껴지더라. 이제 개막 3주차가 됐으니까 다시 냉정해지기로 했다. 달콤했던 마음은 접어두고, 이 창작극을 오래가는 부가가치로 만들어내기 위한 수정 작업을 고민 중이다. 연출진한테도 '꿈 깨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일단 현재까지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인 평이 많다. 대형 라이선스에서나 볼 법한 무대장치와 고전을 재해석한 연출력, 엄청난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은 매회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다만 줄거리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1막에 비해 2막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소재와 정서를 다뤄야한다는 기존 창작뮤지컬의 강박관념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점은 '프랑켄슈타인'만의 독특한 색깔을 입히는 데 한 몫 했다. "왜 창작뮤지컬은 관객들한테 인정받지 못할까, 왜 창작뮤지컬은 한국적인 소재만 가지고 공연할까,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기획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아이템을 염두해 두었고, 이를 잘 만들어 해외시장에 수출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에 대한 신뢰도 컸고, 이 창작자들이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자금 문제, 배우 캐스팅, 마케팅 등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했다. 또 흥행만을 위해 아이돌을 캐스팅하지 않고, 실력있고 검증된 배우들을 모으는 데 중점을 뒀다. 뮤지컬은 생명력이 길기 때문에 이 작품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김 본부장이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왜 사서 고생을 하냐"는 것이다. 다른 공연장처럼 대관 사업으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데, 무엇하러 위험부담이 큰 공연제작에 뛰어들었냐는 뜻이다. 하지만 올해로 10년을 맞이한 충무아트홀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기 위해서는 자체 제작 작품이 필요하다고 김 본부장은 판단했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과 같이 잘 만든 뮤지컬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충무아트홀은 예술의전당이나 국립극장처럼 역사나 규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LG아트센터처럼 지리적 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공공 극장이라는 정체성과 많은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대중성도 갖춰야 했다. 그래서 초창기부터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다. 다만 단순히 단발성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뮤지컬 인큐베이팅 사업을 하고, 매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을 열고, 뮤지컬 명예의전당을 만들었다. 극장 내 식당을 개조해 창작극을 위한 소극장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 '프랑켄슈타인' 제작에 많은 제작진과 배우, 스태프들이 기꺼이 참여를 해준 것도 충무아트홀이 그동안 보여준 이런 노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김희철 본부장은 1988년 KBS에서 처음으로 공연 및 축제기획을 맡은 이래 삼성영상사업단, SJ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2004년부터는 충무아트홀로 무대를 옮겨 활약하고 있다. 충무아트홀의 개관 멤버로서 지난 10년은 끊임없이 공연장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발전시켜나갔던 시간이다. 당초 8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개관 3년 만에 1000석 이상으로 대대적인 확장을 추진했을 때의 상황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충무아트홀의 지명도를 높이고, 규모있는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1000석 이상의 공연장이 필요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극장이다 보니 주민들이나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시설을 업그레이드시켜서 결과적으로 다른 상업 공연장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충무아트홀은 자체 제작 1호 작품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현재 '제2의 프랑켄슈타인'도 소재 발굴까지 마친 상태다. 김희철 본부장의 목표는 확실하다. "같이 작업한 연출가, 음악감독 등 우수한 창작자들을 제대로 스타로 만들어보고 싶다. 우선 '프랑켄슈타인'은 내년 연말 앙코르 공연을 한 다음 해외무대에도 진출한다. 결국에는 이 작품을 가지고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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