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로운 직업 40여개를 육성ㆍ지원키로 하고 인프라 구축 방안과 투자 계획 등을 담은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을 어제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법무부, 환경부, 경찰청 등 13개 부처와 산하기관이 참여한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정부는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민간조사관(사립탐정), 문화 여가사, 노년 플래너, 동물간호사 등을 신직업으로 제시했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정부도 일자리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다. 신직업 육성 방안이 나온 배경이다. 정부의 의지가 요구되는 직업이 있다. 신직업에 포함된 화학물질안전관리사의 경우 빈발하는 화학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문가 양성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분야는 극히 제한적이다. 직업의 생성과 소멸의 출발점은 시장이다. 사회환경의 급변과 급속한 기술의 진전이 일자리의 풍속도를 빠르게 바꿔 놓는다. 시장을 대신해 정부가 직업을 발굴하겠다고 나선 것은 부자연스럽다. 요즘 각광받는 바리스타나 소믈리에, 스마트폰 앱 개발자, 교육 컨설던트 같은 직업만 해도 시장의 필요에 의해 등장한 것이지, 정부가 의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자리는 아니다. 정부는 물론 좋은 직업,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에 상응한 책무가 있다.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 새로 등장한 직업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나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은 정부의 몫이다. 공직이나 공공 서비스 분야의 직무를 부단히 혁신하는 것도 신직업 창출을 선도하는 의미가 크다. 그렇더라도 직업 생성의 원천은 시장과 기업이다. 정부가 만들어 보급할 대상은 아니다. 산업이 발전하고 그에 따른 새 시장과 서비스가 형성되면 자연스레 관련 직업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정부가 내놓은 40여개 신직업 명단에도 낯익은 직업이 적지 않다. 정부가 발 빠른 시장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증거다. 새 직업의 창출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벽은 경직된 직업관이다. 취업준비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성적이 좋으면 의사나 판ㆍ검사가 되겠다는 풍토에서 진취적인 새 일자리가 각광받기는 어렵다. 경제 활력을 높여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미래에 대한 비전과 다양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해 신직업 확산의 토양을 만드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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