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1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
수출 둔화 우려에 제조업 중심으로 심리 악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둔화할 거라는 경계감이 확산하면서 기업 체감경기가 두 달 만에 악화했다.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 등 불확실성이 많아 다음 달 경기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악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1.5로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CBSI가 장기(2003년 1월~2023년 12월) 평균치인 100보다 크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전 산업 CBSI는 지난 7월(95.1), 8월(92.5), 9월(91.2) 3개월 연속 하락하다 10월(92.1) 넉 달 만에 소폭 개선됐지만 이달 들어 다시 내렸다.
기업심리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악화했다. 11월 제조업 CBSI는 90.6으로 전월에 비해 2.0포인트 하락했다. 제품재고와 자금사정이 주요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야별로는 전자·영상·통신장비, 자동차, 화학물질·제품 등을 중심으로 악화됐다.
전자·영상·통신장비는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 자동차는 일부 자동차 부품업체 파업에 따른 생산 감소, 화학물질·제품은 대내외 수요 감소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가 작용했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제조업 기업심리가 악화한 배경에 대해 "트럼프 당선과 환율 상승이 이달 전반적인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관세 정책 등 보호무역 확대에 대한 경계감은 심리에 반영됐다"며 "특히 자동차, 친환경 에너지, 전자·영상·통신장비 관련 기업에서는 관세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는 곳이 있었다"고 말했다.
비제조업 기업심리는 소폭 개선됐다. 11월 비제조업 CBSI는 92.1로 전월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채산성과 매출이 주요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야별로는 운수창고업 등은 악화됐지만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 전기, 가스, 증기 등은 개선됐다.
운수창고업은 비수기 여객 운송 수요가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반면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은 사업시설관리 및 인력 파견 업체 등을 중심으로 연말 신규 계약이 증가했고 전기, 가스, 증기 등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난방 수요 증가가 작용했다.
다음 달 경기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보는 기업들이 많았다. 12월 CBSI 전망은 제조업이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88.9, 비제조업은 전월 대비 1.1포인트 오른 90.3으로 조사됐다. 제조업 전망은 전자·영상·통신장비와 화학물질·제품 등을 중심으로 악화됐다. 반면 비제조업은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반영한 11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에 비해 0.2포인트 상승한 92.7을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순환변동치는 93.8로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올랐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전국 3524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 업체는 3326개이며 제조업이 1869개, 비제조업이 1457개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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