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사고, 공무원만 보상받고 일반인은 못 받는다?

공무원·일반 직장인, 통근재해 보상 논란…공무원들은 공무상재해로 인정…일반근로자는 특별한 경우만…제도적 개선 필요 지적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출퇴근길에 다쳐도 공무원은 보상받지만 일반인은 못 받는다?불합리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공무원은 공무원연금법상 보상 조항이 있어 출퇴근길에 다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산재보험법상 통근 버스 이용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보험 급여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동반 자살한 세 모녀의 경우도 출근길에 팔이 부러져 근로능력을 상실한 어머니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았다면 자살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에 근무하는 사무직 직장인 A(40)씨는 최근 이 같은 '현실'을 혹독히 깨달았다. 출근길에 자가용을 몰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한동안 병원에 입원하면서 출근을 할 수가 없었던 A씨는 출근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생각에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근로복지공단에 보상을 문의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보험 급여 대상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A씨에게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상법 제37조 제1항 제1호를 제시했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을 업무상 재해로 보고 보상해준다"는 조항으로, A씨가 자가용을 이용하다 사고를 당했으니 해당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대법원 판례 등에 따라 일반 근로자들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주는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는 추세이긴 하다. 종전엔 통근버스 등 선택 가능한 교통 수단과 경로가 거의 유일한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으나 최근엔 산꼭대기 공사 현장 등 오지의 사업장과 같이 출퇴근 경로가 일방적으로 강제되고, 시간적·거리적으로 대중교통 수단이 불가능해 자가용이 불가피한 경우로까지 인정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사용한 일반인들의 출근길 재해는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들의 경우는 출퇴근길에 다칠 경우 대부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의해 보상을 받는다.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에는 "공무원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해 출퇴근하거나 임지 부임 또는 귀임 중 발생한 교통사고·추락사고 기타 사고로 인하여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에는 이를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통근재해가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있는 근거다. 이에 따라 관련 전문가들과 노동계에선 형평성 논란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12년 9월에도 서울행정법원이 산재법 37조에 대해 헌법상 형평성 또는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관 4(합헌) 대 5(헌법불합치) 의견으로 정족 수인 6명을 채우지 못해 합헌으로 결론이 났지만 다수 의견은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모아진 것이다. 지난해 11월엔 국회 입법조사처가 '출퇴근재해의 쟁점과 입법 과제' 보고서에서 "출퇴근 산재 적용과 관련해 공무원과 다른 근로자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헌재에서 산재법에 위헌성이 내재돼 있는 점을 확인한 만큼 출퇴근 상황에서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것인지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 법률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한명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8일 일반인의 출퇴근길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보상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성호 성동근로자복지센터 노무사는 "자살한 세 모녀의 경우에도 산재로만 인정됐어도 치료비와 근로손실에 따른 보상이 주어져 그런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무원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그렇고 일을 하기 위해 출퇴근하는 것은 업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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