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리조트 참사]'의혹규명' 본격화…참사 원인 밝힌다

과실치사 혐의 입증 여부 관건…경찰, 물증 확보 및 감식작업 주력

1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가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경찰이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리조트 측이 일반 고객에는 폭설로 취소안내를 유도했음에도 부산외대 행사는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점과 체육관 부실 징후를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또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의 전반적인 문제점, 안전관리 소홀 등도 전문가들의 조사를 토대로 집중 수사한다.

▲ 종잇장처럼 구겨진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 '과실치사' 입증 여부 관건 = 경찰은 리조트 측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사전에 인지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6일 리조트 측이 울산에 있는 한 업체에 체육관 보강공사 견적을 의뢰했다는 의혹을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보강공사를 의뢰했다는 것은 체육관에 결함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리조트 측이 무리하게 행사를 강행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책임규명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리조트에서 공사비를 산출해 달라는 요청을 해 1000만원가량을 제시했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사실로 드러나면 리조트 측의 혐의를 입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폭설때문에 일반 고객에게는 숙박 취소 유도를 하면서, 부산외대 행사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고 이전부터 내린 많은 눈으로 시설 이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붕 제설 작업을 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체육관 지붕 제설작업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또 사고 당일 근무하던 10여명의 안전요원을 체육관 주변에 제대로 배치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파악 중이다. 경찰은 리조트 및 이번 사고와 관련된 주요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입증이 완료되면 리조트 대표 및 책임자 등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관련자들은 전원 사법처리 할 예정이다. ◆물증 확보·현장감식 주력 = 경북경찰청은 20일 사고현장의 영상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체육관 내외부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해당 영상은 사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이 영상은 이벤트업체에 일일 고용됐던 고 최정운(43)씨가 6mm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진행 전반의 과정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회수될 당시엔 상당 부분이 훼손돼 복원 가능 여부가 불투명했었다.경찰은 이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 다만, 경찰은 유족 입장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 등을 고려해 영상을 공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현장감식에는 경찰과학수사팀·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시설안전공단·한국강구조학회 등 4개 기관 소속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29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19일 오전11시부터 4시간동안 본격적인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경주시와 시공사, 리조트 측으로부터 체육관과 관련한 인허가 서류, 설계도면, 시방서 등을 확보해 공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들여다 보고 있다. 또 설계도에 나온대로 체육관 지붕에 7개의 H빔이 규격에 맞게 제대로 설치됐는지와 정품 사용 여부도 정밀조사한다. 고재모 국과수 법안전과장은 "붕괴원인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으며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날 오전 9시부터 부산 성모병원에서 고 박주현 양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가운데 첫 장례식이다. 부산외대 남산동캠퍼스에서 진행된 학교장 영결식은 오전 10시부터 진행됐다. 보상협의 문제는 일단락됐다. 유가족과 코오롱, 학교 측은 수차례의 진통 끝에 전날 보상 협의를 도출했다. 부산외대는 학생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고 캠퍼스 내 추모비를 건립한다. 또 후배를 구하다 목숨을 잃은 고 양성호씨에 대해서는 의사자 신청을 추진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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