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가로수길 건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메인 거리한번 돌아보세요. 불꺼진 건물이 드문드문 보일겁니다."신사동에서 20년째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김수보씨(58ㆍ가명)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18일 오후 추위가 한발 물러선 포근한 날씨탓에 젊은이들로 북적대는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메인 거리 상가. 신사역에서 이어지는 가로수길 초입에 들어서니 한창 판매에 바쁠 시간에 불이 꺼져있는 건물이 유독 눈에 띄었다.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옛 제일모직),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임대 및 매매한 건물이다. 삼성 에버랜드 패션부문은 지난해 3월 외부에 열봉찜닭 간판이 걸려 있는 토지면적 250.3㎡인 건물 전체를 임대했다. 5층 건물을 5년간 임대하는데 드는 비용은 보증금 10억원과 월 임대료 6500여만원이다. 기존 임차인보다 3배 이상의 임대료를 내고 들어왔다.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에버랜드로 이관되면서 지난해 11월 이 건물의 임차인도 에버랜드 패션부문으로 변경됐다. 에버랜드 패션부문 바로 앞 건물 역시 비어있는 상태로 주인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지난 2012년 1월 5층짜리 빌딩을 160억원에 사들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 건물을 2년째 자체브랜드 '자연주의' 매장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건물 앞에는 노점상만 즐비해 있는 상태다. 이들 기업이 건물을 임대ㆍ매입해놓고 선뜻 달려들지 못하는 것은 가로수길 상권 가치에 비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가로수길 상권은 명동과 강남 등보다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다. 기업들이 초기에 가로수길에 진출한 이유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트렌드를 신속하게 반영하는 안테나 역할을 하는 매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수익을 내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해외 SPA브랜드들과 국내 대기업들이 서로 입점하려고 경쟁한 탓에 최근 3년간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월 임대료도 감당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부동산정보업체 FR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가로수길 메인 입지 보증금이 3억~11억원이며, 월 임대료는 1400만~4700만원이다. 실제 거래되는 임대료는 건물 규모에 따라 월 1억원이 넘는 곳도 있다. 지난 2009년 보증금이 8000만~2억5000만원, 임대료가 310만~590만원이였던 것과 비교하면 5년간 무려 6배 넘게 뛰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가로수길 패션브랜드 매장 매출이 전년보다 30%가량 줄어 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적자가 지속되면 아무리 홍보매장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기업들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수익성 악화로 가로수길에서 떠나면 압구정 상권처럼 죽고 만다"면서 "한국판 소호거리로 불리며 특색을 갖췄던 가로수길을 대기업과 이들을 움직이는 대형 컨설팅업체가 망친 꼴"이라고 꼬집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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