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0억 대출사기 사건의 전모…'조직의 재구성'- 실체 드러난 '서정기 커넥션'과 '스마트산업협회'- "협력사 사장들 사업 망하는 족족 '부활'…결국 터진 사기 사건"- "전주엽 엔에스쏘울 대표, 금융지식 많아 이용당한 듯"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조은임 기자] "결국 터질 게 터진 사건이다."제보자 A씨의 표정은 무거웠다. KT 자회사의 3000억원 사기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데 대한 우려가 얼굴을 어둡게 뒤덮었다. 제보자 A씨는 11일 본지에 게재된 <엔에스쏘울-다스텍-중앙티앤씨…피해자ㆍ범죄자 물고물린 의혹>과 <임원들 줄줄이 연루…스마트協 미스터리> 기사를 보고 본지에 연락을 취했다. 본지는 11일 저녁 서울 시내 모처에서 A씨를 만나 사기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A씨는 "서정기 중앙티앤씨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들 협력업체 사장들에 대해 업계 내에서는 대체 어디서 돈을 끌어모으는지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면서 "사업에 손을 대는 것마다 망하는데 어느 새 재기해서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신문지면에 광고를 싣는 등 사업을 벌여 나가곤 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이들이 대출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았을 것이라고 추정은 했지만,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알았다는 것이다.이번 사건의 핵심인 서 대표를 비롯해 한국스마트산업협회 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업체 대표들 간의 관계도 드러났다. 애초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업체들 간 연결고리의 핵심은 현재 홍콩으로 도피한 전주엽 엔에스쏘울 대표다. 그러나 A씨는 "전 대표는 원래 컬트모바일 대표 김모씨의 직원으로, 이전에 제2금융권에서 일한 적이 있어 금융 쪽 지식이 많다 보니 서 대표가 그를 이용해 업체들 간에 지분관계가 얽히도록 했다"면서 "진짜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서 대표로, 그가 업체들을 모두 쥐락펴락하면서 사실상 '서정기 계열사'가 돼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컬트모바일의 김모 대표는 KT ENS와 '서정기 그룹'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KT ENS 김모 부장(51)과 지인으로,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대표는 김 대표를 통해 김 부장과도 연을 맺었으며, 이 과정에서 김 부장은 서 대표 등과 함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 조사에서 김 부장은 엔에스쏘울 전 대표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매달 몇 백만원씩 사용했으며 차량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김 부장과 서 대표가 마카오 카지노에 함께 있는 것을 본 이가 업계에 여럿 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엠엔테크 대표 김모씨, 아이지일렉콤 대표 오모씨, 다모텍 대표 전모씨 등이 이런 식으로 서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또 엠스타일의 김모 대표, 비투엠의 박모 대표는 서 대표의 중앙티앤씨에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정기 그룹'에 속한 관계사 대표들이 어떤 식으로든 서 대표와 이어져 있다는 설명이다.서 대표는 1969년생으로 약 5년 전부터 스마트폰 주변기기 업체에서 유명해졌다. 서 대표가 한국스마트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협회 측의 발표에 따르면 그는 충주농고를 졸업한 뒤 휴대폰 주변기기 업계에 몸담아 기술 마케팅 전략 등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고속충전기 개발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 서 대표는 협회를 앞세워 디지털미디어페어ㆍ스마트콘텐츠포럼 등 스마트폰 주변기기ㆍ액세서리 업계 진흥을 꾀하는 명목의 행사를 여럿 개최했다. 미래창조과학부ㆍ관세청ㆍ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기관과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등 명망가들과 접촉하며 영향력을 넓히려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번에 드러난 것 같은 금융사고는 당국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몇 년 전에 드러났어야 했다"면서 "서 대표 등이 은폐하기 위해 관계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데 상당한 돈을 썼으며, 결과적으로는 협회의 탈을 썼던 것이 정부로부터 유ㆍ무형의 지원을 받았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이 과정에서 금융당국 내부와 유착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A씨는 "서 대표 등이 지금까지 '해먹은' 것을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 안팎에서 파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 대표가 개인적으로 금융감독원 관계자들과 만나고 다닌다는 언급을 실제로 했고, 모 업체 모친상에 서 대표가 금감원 직원들과 함께 온 것을 목격한 이들이 여럿 있다"면서 금감원 관계자들이 서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금융부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