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폐암·담배사 위법' 입증땐 이긴다-의료통계 확보땐 가능성 커…패소해도 관련법 입법 탄력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에 진료비 환수를 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면 승소 확률이 얼마나 될까. 어느 누구도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 흡연피해자 등 개인이 소송을 제기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공공기관'이 '흡연과 특정질환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고 소송에 임하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주 정부가 담배소송에 앞장선 외국은 우리나라와 다른 결과를 받아들였다. 미국은 1998년 미시시피주를 시작으로 49개 주 정부 등이 담배회사에 소송을 걸어 필립모리스ㆍRJ레이놀드ㆍ브라운앤윌리엄슨ㆍ로리아 토바코 등으로부터 2460억달러 배상을 이끌었다. 앞서 1997년에는 미국 대법원이 위해한 물건을 제조한 사업체에 주 정부가 의료비용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플로리다주 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각각의 사안마다 인과관계를 입증할 필요 없이 통계를 기반으로 의료비용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한 건데, '위해한 물건'을 담배로 본다면 담배소송도 가능하다. 캐나다의 경우 다수의 주가 소송 근거를 입법화했고, 지난해 5월 온타리오 주 정부는 500억달러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성공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개인이 아닌 주 정부 등 공공기관이 담배소송을 나섰다. 또 하나 소송의 근거가 되는 법이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법을 통해 개별 입증이 아닌 통계적 방식으로 정부가 추가 지불한 의료비용 규모를 산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들 국가와 견줘 우리나라에는 아직 진료비 회수를 위한 특별법이 없다. 따라서 공단이 담배회사의 위법행위까지 모두 입증하느냐가 이번 소송에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국가와 담배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법원이 담배회사의 위법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안선영 공단 법무지원실 변호사는 "역학 연구자료가 있어서 흡연과 폐암ㆍ후두암 등 특정질환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수월할 것으로 본다"면서 "승소를 하면 보험재정 누수 차단 효과가 있겠지만 100% 보장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따라서 공단은 담배소송과 함께 담배소송법 입법화, 담배사업자 수익금 일부를 '흡연치료기금'(가칭)으로 조성하는 방안, 금연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만약 패소를 한다 해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담배의 위해성을 널리 알려 보다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펼 수 있을 뿐더러 관련 입법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안선영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조금이라도 밝혀내고 국민들에게 전달하면 금연운동이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패소할 경우 패소한 사유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 마련을 촉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담배소송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흡연자가 담배 한 갑을 구매할 때마다 부담금을 내는 것처럼 사업자도 수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내는 방안을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지방자치단체로 소송 움직임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의료급여 대상자의 의료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한다. 광역시는 중앙정부와 절반씩, 도정부는 8대 2의 비율로 의료급여비용을 지출한다. 이 중 도정부의 분담비율 20%는 다시 기초정부와 나누게 된다. 따라서 의료급여비용을 지출한 정부를 비롯해 16개 광역자치단체, 154개 기초자치단체 등 총 712개 기관이 된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