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인도 스포츠는 슬프고 부끄러운 상황이다.” 인도 최초의 루지 선수 시바 케샤반(33)의 푸념이다. 생애 다섯 번째 동계올림픽에서 인도를 대표하는 선수로 뛰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인도올림픽위원회(IOA)는 2012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회원국 자격을 무기한 정지당했다.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수뇌부 선거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한 개입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다. 2012년 11월30일 IOA가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임원진을 선거를 통해 선출했지만 IOC는 정부의 간섭 아래 진행된 선거로 간주해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 선출된 IOA 사무총장은 2010년 뉴델리에서 열린 영국연방경기대회(커먼웰스 게임) 조직위원회 위원장 라리트 바놋. 그는 대회 조직 과정에서 추문에 연루돼 11개월간 구속 수감됐다. 개막 12일을 앞두고 메인경기장 ‘자와할랄 네루 스타디움’ 인근 인도교가 붕괴되고, 위생 상태가 불량하다는 지적에 대해 ‘기준 차’라는 입장을 보여 각국 체육단체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IOC는 IOA에 지난해 10월31일까지 헌장을 개정하고 12월15일까지 임원 선거를 다시 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IOA는 IOC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IOC가 심각하게 받아들인 또 하나의 문제는 인도정부가 스포츠 단체에 적용한 새 법령이다. 인도 정부의 스포츠 법령은 선출직 스포츠 단체 임원들에 대하여 연령 및 임기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IOC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인도 체육부와 인도정부가 IOA 및 인도 가맹경기단체들의 자치권을 파괴했으므로 올림픽 헌장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다. IOC헌장 27조 6항은 ‘국가올림픽위원회는 정치·법·종교·경제적 압력을 비롯한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회원 자격을 정지당한 인도는 IOC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들도 IOC 공식 회의나 행사 참여 길이 막혔다. 피해는 선수에게도 돌아간다. IOC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 IOC의 승인을 받아 '독립올림픽선수'(Independent Olympic Athletes)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 뿐이다. 전례가 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쿠웨이트 선수단이다. 정부가 IOC헌장을 어기고 자국 올림픽위원장과 경기단체장들을 직접 임명해 인도와 같은 중징계를 받았다. 쿠웨이트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광저우대회에 참가했다. 개막식에 아랍 전통의상을 입은 쿠웨이트 기수는 국기 대신 IOC기를 들었다. 피켓에는 ‘쿠웨이트에서 온 선수들(Athletes from Kuwait)’로 표기됐다. 2월 7일 개막하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인도 선수단은 쿠웨이트의 사례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 IOC와 IOA의 갈등은 여전하다. 더구나 IOA는 인사 관련 선거를 동계올림픽이 개막한 뒤인 2월 9일에 한다. 날짜가 변경될 가능성은 작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진행하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다. 극적 타결의 여지도 없지는 않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 원장(전 대한체육회 국제 사무차장)은 “동계올림픽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극적 합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샤반의 불안은 점점 커져간다. 그는 최근 지역신문을 통해 말했다. “전 세계인 앞에 인도 스포츠의 부패와 잘못된 통치가 드러나게 생겼다. 올림픽의 본질은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다. 개막식 선수단 입장 때 인도 깃발이 없다면 정말 창피할 것 같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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