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수천억원대 불법대출 혐의로 국민은행 도쿄지점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원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국민은행 도쿄지점 이모 전 지점장(57), 안모 전 부지점장(53)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근무하며 내부 여신 규정을 어기고 수년간에 걸쳐 약 300억엔(환율변동 감안 한화 4000억원 상당)을 불법대출해줘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2010~2013년 지점장으로 근무하며 133차례, 안씨는 2007~2012년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며 140차례 불법대출에 손을 댔고, 검찰은 그 중 176억엔 상당은 두 사람이 공범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불법대출 상당수는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들이 매매계약서를 들고 와 대상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간 경우인데, 두 사람은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빌려줄 금액에 맞춰 꾸며내거나 아예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억 900만엔짜리 부동산의 감정가액을 3억 3000만엔으로 부풀린 뒤 2억 3000만엔을 빌려준 결과 대출 차주는 한 푼도 들이지 않은 채 해당 부동산을 사들이고도 수중에 돈이 남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또 담보가 부실하거나 없는데도 대출을 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이들은 특정 차주에게 대출이 쏠리는 경우 거쳐야 하는 본사 심의를 피할 목적으로 대출업체가 회사 직원이나 한국 유학생을 내세워 차명대출을 시도하는 것을 알면서도 은행돈을 내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차주가 많게는 40여 차명 대출로 수백억원씩 빌려갔고, 이씨 등은 평소 주요 차주들의 대출 내역을 따로 보관·관리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도쿄지점에 대한 특별감사 과정에서 이들의 불법대출을 적발해 지난달 말 검찰에 통보했다. 이들의 불법대출로 국민은행은 부실채권 매각 과정에서 540억원 실제 손해가 발생했고, 이는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은 불법대출 대가로 이씨에게 9000여만원을 건넨 혐의(특경가법상 증재 등)로 홍모(52)씨를 함께 불구속 기소하는 등 이들이 불법대출 대가로 차주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차주의 부탁을 받고 여행가방에 1억 6000만엔을 숨겨 몰래 인천공항으로 들여 온 오모(47)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기는 한편, 해당 자금 가운데 일부가 이씨 등에게 흘러든 정황을 포착하고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실제 차주를 국제사법 공조를 통해 송환한 뒤 수사할 예정이다. 또 금감원과 일본 금융청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대한 한일 공동 집중 감사 중으로 이씨 등의 비자금 조성 및 일본 내 차명으로 보유 중인 불법재산이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 및 환수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한편 당초 일본에서 흘러든 자금으로 5000만원 상당 상품권이 구입돼 전직 경영진을 상대로 한 로비 등에 쓰였다는 의혹은 현재로선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씨의 동생이 거래관계에서 상품권을 활용한 적은 있으나 구입자금이나 출처에 있어 이씨와는 별개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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