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돈풀기 정책의 반전에 도사린 리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개시 결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예상대로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 금값 하락, 국제유가 상승, 주요국 주가 상승이었다. 한국 시각으로 어제 새벽 발표된 테이퍼링의 첫 조치가 시장의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큰 충격은 없었다. 연준은 내년 1월부터 1차로 국채와 모기지 매입 규모를 월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줄이되 저금리 정책은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단계적이고 조심스러운 태도에 시장은 안도하면서 필요한 적응과 조정을 해나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의 이런 차분한 첫 반응만 보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번 연준의 결정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5년간 유지해온 달러화 살포 정책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대반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풍성한 달러화 자금 유입의 혜택을 누려온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로서는 좋은 시절을 떠나보내게 된 것이다. 연준이 앞으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테이퍼링 규모를 늘려나갈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그 과정에서 신흥국들이 겪을 경제적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료들은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를 앞두고 최근 다른 신흥국들의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의 차별화를 부쩍 강조해왔다. 국제 금융시장이 한국 경제의 건전성을 특별히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연준이 돈풀기 규모를 줄이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돈을 빼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으로 외국인자금이 순유출되고, 주식시장에서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 달리 일본은 양적완화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엔저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걱정이다. 이는 수출에 큰 악재다. 국내에서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를 맞게 된 점이 마음에 걸린다. 이는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미국의 돈풀기 파티가 막 내리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잘 헤아려 적절한 방어조치를 서둘러 취해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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