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 3년, 성과와 과제>
③경제계, 정책 한계점 진단<끝>기업 이미지 실추·성장기피 부작용…조명·MRO시장 외국업체에 내줘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피터팬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동반성장위원회 출범 후 3년 행보에 대한 경제계의 진단이다. 성년이 된 후에도 어른들의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이른바 '어른아이' 같은 성인을 나타내는 심리적 증후군을 동반성장 정책과 중소기업 현실에 빗대어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경제계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추구하는 동반위 정책의 큰 틀에 공감을 표현하면서도 “중기 경쟁력 강화라는 본 취지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각론(各論)에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출범 3주년을 맞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아울러 지난 3년의 대과와 논란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앞으로의 정책 추진 과정에 시행착오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3년간 총 100여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공표한 동반위는 해당업종 내 대기업 사업철수, 진입자제, 사업축소 등을 권고해 동반성장을 추구해 왔다. 올해 추가로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범위를 확대한 동반위는 기존 생계형 서비스업에서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으로 적합업종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이미 실패한 정책인 '고유업종제도'의 폐해를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유업종제도는 산업경쟁력 약화, 중소기업 자생력 저하 등의 폐해로 2006년 폐지된 제도인데, 동반위의 적합업종제도와 그 실질이 유사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견기업의 사업규모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적합업종 지정은 기존 중견기업의 사업규모를 축소시키고, 우수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견기업도 사업축소 및 진입규제 대상에 포함, 중소기업도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강화가 글로벌 외국기업에 국내시장을 내주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됐다. 대기업의 사업영위가 더욱 제한될 경우 그 편익이 국내 중소기업이 아닌 글로벌 외국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그 대표적 사례로 조명산업을 들었다. 실제 과거 고유업종으로 지정된 조명산업의 경우 글로벌 외국기업들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70%대로 높아졌다. 이 밖에 경제계는 ▲인위적 사업조정으로 인한 대기업 협력업체 및 종사자 역차별 ▲소비자 후생 저하 가능성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 우리나라가 이미 체결한 국제협약 위반 가능성 등을 중기 적합업종 지정의 부작용으로 꼽았다. 동반성장지수 산정 성과에 대해 동반위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동반성장을 촉진하고 이행력을 제고해왔다”고 자체 평가를 내놓았다. 동반지수가 동반성장 문화확산 및 사회적 양극화 해소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동반위는 2011년, 2012년 이행실적평가와 동반위 중소기업 체감도 조사결과를 합산해 4등급(우수·양호·보통·개선)으로 분류해 기업들 순위를 발표했다. 경제계는 동반성장지수 발표의 대표적 폐해로 ▲지수 신뢰도 저하 ▲평가결과 왜곡 ▲기업 이미지 실추 등을 꼽았다. 기업이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수준의 협약 평가항목으로 기업 부담이 확대되고 평가 자체에 대한 신뢰도 저하 문제가 발생, 결과적으로 기업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평가항목과 관련 “현행 자금지원비율 산정 시 매출액의 0.6%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 과도한 부담”이라며 “자금지원 비율 산정시 해외법인 매출 및 해외생산 매출이 포함될 경우 내수기업에 비해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우려되며 일률적으로 매출기준 지원비율을 산정하면 업종 특성상 매출은 높으나 영업이익이 낮은 대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지수평가 반영 비율이 50%에 달하는 중기 체감도 조사의 객관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중소기업의 주관적 응답결과로 지수 평가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체감도 조사대상을 중소기업 전체로 선정할 경우 거래비중이 낮은 협력사에도 우수 협력사만큼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는 기업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평가대상 기업의 전체 등급이 공개될 때마다 하위등급 기업의 이미지 실추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중소기업과 협력분야가 제약된 업종에서 동반성장을 선도해 온 기업들이 국민들에게 동반성장에 열의가 없는 것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소모성자재구매대행업(MRO) 동반성장 지침 마련에 대한 대표적 성과로 동반위는 '중소 유통기업의 생존권 보장'을 첫손에 꼽았다. 아울러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한 공정거래 질서유지, MRO 시장 보호 및 해외진출 지원 등도 주요 성과로 언급됐다. 앞서 동반위는 2011년 MRO실무위원회를 구성키로 의결한 후 MRO 가이드라인을 마련, MRO 대기업이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완제품의 구매 비중을 30% 이하로 제한키로 했다. 경제계는 “이러한 MRO 동반성장 지침 마련에 따른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MRO 시장이 외국계 기업에 잠식되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전경련은 “2012년 조달청은 미국계 사무용품 업체인 오피스디포와 MRO 공급계약을 체결, 조달청 전국 10개 권역 중 6개 권역에 2년간 78억원가량을 공급토록 했다”며 “오피스디포가 미국 본사가 아닌 가맹점이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중기로 분류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경련은 이어 “대기업이 철수한 시장을 비재벌 대기업이 시장에 참여해 제한받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실질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특히 중기 MRO 구매비용이 10~15% 정도 높아져 경영상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중소기업 특성상 적은 구매물량 거래로 발생하는 효율성 저하, 비용증가 ▲대기업 MRO를 통해 얻은 물류센터를 공유, 구매비용을 절감한 중소 제조기업들의 혜택 상실 등도 MRO 동반성장 지침의 부작용으로 꼽혔다. 중소기업 전문인력 이동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던 동반위는 인력유출 문제진단, 가이드라인 논의, 중소기업 전문인력 이동문제 개선을 위한 기본 합의문 공표, 전문인력 유출 심의위원회 설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 갈등을 심의·조정·중재하는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경제계는 기본 합의문 공표 등의 사회적 갈등 완화 기능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중소기업 근무자 입장에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서 능력을 키우고 경력을 쌓아 대기업을 비롯해 다른 장소에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인력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전경련은 “(대·중소기업 간) 인력 이동을 제한할 경우 개인성장을 위한 노력이 줄어들 수 있고, 이는 근로의욕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며 “취업 준비생들 역시 대기업으로만 몰리게 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고, 특히 지방대생의 실업난과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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