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괴짜 재벌' 베르그루엔 이사장이 말하는 도시 철학

'도시 영혼 깃든 곳 키워야' 박원순 서울시장과 의견 나눠

니콜라스 베르그루엔(52·사진) 베르그루엔 홀딩스 이사장에게는 늘 많은 별칭이 따라다닌다. '괴짜 기업인' '사회운동가' '억만장자'와 '좌파 재벌'.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대를 졸업했고 독일과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버거킹과 라 프리사 등의 대주주이면서 20억달러, 우리 돈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갖고 있지만 그에겐 집도, 자동차도 없다. 전 세계를 다니며 그 때 그 때 머무는 곳이 그의 집이다. 기업가로서 돈을 어떻게 더 벌 것인가에 대한 생각보다는 어떻게 사회를 바꿀지,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갈 것인에 더 관심이 많다.

▲ 지난 6일 서울신청사를 찾은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오른쪽) 이사장이 박원순 시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젊은 시절 종잣돈 2000달러로 투자에 성공한 것이 큰 부를 쌓게 된 계기가 됐지만 어린 10대 시절부터 마르크스를 비롯한 사상가들의 영향으로 자본주의가 가진 한계를 인식해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설립한 '니콜라스 베르그루엔 거버넌스 연구소'는 그 같은 문제의식의 결과다. 1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연구소에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부 장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 등 정치권과 경제계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일주일간 한국을 방문한 베르그루엔은 동양의 정치 시스템,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에 주목했다. 6일 오전 서울신청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그는 위기에 처한 서양의 자유민주주의의 해결책, 동양의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한국에 오기 전 방문한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만나 역시 같은 의견을 구했다.베르그루엔은 박 시장과의 만남에서 "서울은 2번째 방문인데 너무 많이 변해서 굉장히 인상적"이라며 "도시 전체가 활력이 넘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르그루엔은 한국과 서울이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지만 치유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는 결국 여러 개의 공동체 집합인데, 대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많은 경우 공동체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은 건물도 많고 도로도 많고 사람들도 항상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인생은 이뿐만이 아니다"며 "효율성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측면을 많이 강조하면서 도시를 꾸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념비적 건축물을 세우기보다는 미적인 가치가 높고 서울의 4대문처럼 도시와 시민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 곳에 대한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베르그루엔은 환경문제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뉴욕 근처의 낙후된 지역인 뉴워크의 도시재생 사업도 벌이고 있다"며 "비용은 많이 안들면서 도시 환경과 분위기 전체를 바꾸는 작업"이라고 자신의 또 다른 '실험'을 소개했다.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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