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때문에' 美, 출구서 뒷걸음치기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이변은 없었고,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0일(현지시간) 기존의 850억달러(90조1000억원) 규모의 3차 양적완화(QE)를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위원들은 QE를 축소할 만큼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건실하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FRB의 이 같은 기조를 감안하면 QE 축소 결정이 당분간 쉽게 내려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FOMC 이후 발표되는 성명은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담고 있다. 이를 근거로 FRB의 정책도 움직인다. 그런 점에서 이날 성명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QE 유지 결정을 내렸던 지난 9월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대전제도 그대로다. 이런 가운데 FRB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정책 변경의 주요 잣대로 삼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선 “꾸준히 2% 목표치를 밑돌아 경제 성과에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지만 중기적으로 목표치 부근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실업률에 대해선 매우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성명은 고용지표가 일부 개선됐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9월 실업률은 7.2%로 조사됐다. 9월 비농업 부문의 새 일자리 창출 건수도 14만8000개에 불과했다. 3개월 평균 일자리 창출 건수는 4~6월 18만2000개에서 7~9월 14만3000개로 급감했다. 일자리가 줄면서도 실업률은 소폭 하락하고 있다. 고용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10월 이후 16일간의 연방정부 일시폐쇄(셧다운)로 이달 실업률은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FRB는 QE를 통해 실업률을 6.5%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FRB 내부적으론 최소한 실업률이 7% 이하로 내려와야 채권 매입 규모를 점차 줄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문별로 달라진 평가도 있다. 성명에선 이날 주택부문 회복세가 다소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까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예상 밖의 주택경기 둔화가 FRB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했다는 의미다. 반면 금융환경에 대해선 그동안 “매우 조여진(tight) 상황”이란 표현은 아예 빠졌다. 최근 미국 증시가 강세장을 보이고 있고, 채권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을 평가한 셈이다.이런 지표와 경제상황을 모두 종합해서 FRB가 내린 결론은 “경제회복의 확고한 지표가 나올 때까지 더 기다리고 지켜보겠다”로 축약된다. 아직 미국 경제가 영양주사를 뽑을 만큼 건강하진 않다는 의미다. 더구나 미국 정치권의 예산·재정 협상이 불안한 봉합상태이기 때문에 항후 사태 추이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QE 축소는 내년부터?= 월스트리트에선 QE 축소 결정은 이제 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올해 안으로 FRB가 제시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기준 등에 도달하기 힘들 것이란 이유가 크다. 또한 FRB의 내부 정책 성향 흐름이 비둘기파(온건파)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FOMC에서도 QE 유지에 찬성표를 던진 위원은 벤 버냉키 의장과 차기 의장으로 지목된 재닛 옐런을 비롯한 9명이었다. 반대표는 강경 매파로 알려진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장의 1표뿐이었다. 실제로 경제채널 CNBC는 지난 29일 월스트리트 전문가 중 압도적 다수가 QE 축소 결정은 내년 4월 FOMC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FRB 내부에 정통한 것으로 유명한 존 힐센래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FRB가) 아직 12월 테이블에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그 역시 이를 위해선 강력한 경제 지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버냉키 의장이 누차 강조했듯이 “미리 정해진 시간표는 없고, 지표에 따라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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