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내다봤다. 종전 전망치 대비 0.2%포인트 상향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대비로는 0.2%포인트 하락하며 소폭 둔화할 것으로 봤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고금리의 장기화, 슈퍼선거의 해 이후 사회정치 양극화와 자국 우선주의 심화 등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성장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KIEP는 21일 '2024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강한 회복세가 완만해지는 한편, 유럽과 일본 경제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는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美 견조한 회복세…유럽·日 상대적 부진
이날 KIEP가 내놓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보다 0.2%포인트 올린 것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1%)나 국제통화기금(IMF·3.2%)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KIEP의 전망대로라면 세계경제는 지난해 3.2%에서 올해 3.0%로 둔화했다가 내년에 다시 3.2%로 반등한다.
KIEP의 전망치 상향은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성에 주목한 결과다. 미국은 예상보다 강한 소비지출, 민간투자 회복, 정부 지출 등이 성장의 축을 담당할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2.4%)를 종전 대비 0.9%포인트 대폭 올렸다. 유로존 지역은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의 부진이 전체 성장률을 상쇄하면서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종전 전망치 대비 0.4%포인트 내린 것이다. 일본의 경우 내수의 완만한 회복세에도 전년 고성장을 견인한 수출입 부문의 기여도 하락으로 종전 전망치 대비 0.1%포인트 내린 0.9% 성장을 전망했다.
세계경제에 파급력이 큰 중국의 경우 정부 목표치(5%)에 못 미치는 4.8% 성장에 그치는 반면, 인도는 정부와 민간의 투자 확대와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6.8%의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와 장기전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해와 유사한 3.2%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KIEP는 "러시아는 군비지출 급증과 실업률 하락, 실질임금 상승 등에 따른 소비 여력 확대 등이 내수 주도 성장을 이끌며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유가 70~90달러 구간 머무를 것
연이은 전쟁 리스크에 대해 KIEP는 두 전쟁 모두 이른 시일 내에 종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다시 불거진 중동 전쟁 가능성에 대해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현재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지만, 유가와 원자재 가격 파동은 세계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남아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중동 리스크를 제외한다면 국제유가는 올해 70~90달러 구간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이란의 금수조치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국제유가는 쉽게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유가 부담과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세계경제는 다시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물가에 지속적으로 상승 압력이 남을 경우 기준금리 인하가 더 미뤄질 수 있고, 미국과 여타 국가의 금리차 확대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는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해로 선거 결과에 따라 포퓰리즘적 경제정책이 대거 도입되는 리스크를 가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KIEP는 "가장 주목할 것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와 이에 따른 미·중 갈등 전개 양상"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앞서 지난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한 대중 고율관세 인상의 추가적인 조치나 범위 확대에 그치지 않고 미국 우선주의 강화로 동맹과 비동맹을 가리지 않는 여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세계 교역과 생산,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년 독재를 확정 지었고, 6월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주의 세력의 약진이 예상되는 등 주요 선거 결과가 자국 중심주의를 초래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내년에는 ▲미국이 소비 둔화 등에 따라 1.7% 성장률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유럽지역은 무역과 투자를 중심으로 개선세를 보이며 유로존과 영국이 각각 1.6%, 1.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일본은 소득과 소비의 회복세로 1.0%의 비슷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중국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장 경제 흐름이 안정화 국면에 들어서며 4.5%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인도는 민간소비, 투자 확대가 계속되며 6.5%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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