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시민단체 한글문화연대가 한글날을 앞둔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정책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영국 ‘쉬운 영어 캠페인’ 법률언어 전문가인 피터 로드니, 스웨덴 ‘언어위원회’ 쉬운 언어 담당관 에바 올롭손, 프랑스 ‘언어 풍부화와 발달’ 부서 책임자인 베네딕트 마디니에 등 해외 언어 전문가가 연사로 나서 각 나라의 언어 정책에 대해 소개했다.이들의 발표에 앞서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한글 전용 시대가 열렸지만 한자어와 20세기부터 들어온 일본식 한자어, 전세계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미국 영어로 인해 우리말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일본에서 들어온 한자어와 미국에서 들어온 영어 낱말들은 한국의 언어 환경에서 어려운 말의 중심을 차지해 지식의 격차, 소득의 격차, 권리인식의 격차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이 대표는 “한국에는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며 “이번 국제회의를 통해 쉬운 언어 정책과 자국어 보호 및 풍부화 정책이 한국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표자인 영국인 '쉬운 법률 언어 전문가' 피터 로드니 씨는 “1970년대 영국에서는 공공정보를 전달받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우려가 높았다”며 영국에서 쉬운 영어 캠페인이 전개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캠페인의 전개 과정과 캠페인이 직면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쉬운 영어 캠페인이 출범했을 당시 많은 단체와 기관이 캠페인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언론매체, 웹사이트, 출판물 등을 통해 의도를 꾸준히 알려나간 덕분에 난관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두 번째 발표를 맡은 스웨덴인 '쉬운 언어 자문관' 에바 올롭슨은 씨는 스웨덴 언어위원회가 수행한 쉬운 언어 정책과 그 모델의 특징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스웨덴 정부는 1960년대부터 언어학자와 협조체제를 구축한 후 ‘쉬운 스웨덴어 캠페인’을 시작했다. 1993년에는 ‘쉬운 스웨덴어 자문단’을 임명해 정부 산하 각급 기관에 쉬운 언어 활동을 조직하고 수행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스웨덴은 ‘쉬운 언어가 민주주의의 초석’이라는 믿음이 스웨덴 정부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 정부가 솔선수범해 쉬운 언어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는 “앞으로의 핵심과제는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와 유럽연합 문서에서 쉬운 언어가 확고하게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세 번째 발표를 맡은 프랑스인 '프랑스 언어 총국 팀장' 베네딕트 마디니에 씨는 세계화로 인해 영어 등의 단일화된 언어를 이용하면서 자국어를 포기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현했다. 또한 ‘프랑스어와 프랑스의 언어들 총국’에 대해 소개하면서 프랑스어의 위상을 높이고 프랑스어를 질적으로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전개한 활동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회의 마지막에는 전 국립국어원장이었던 이상규 경북대 교수가 ‘한국 국어 정책의 미래’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국어 정책의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어 정책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데 철학적 사유가 부족했으며 정책 집행 기관의 행정적 절차가 지나치게 관료화 돼 있다”며 “국어 정책 기관인 ‘국립국어원’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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