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가출소녀 위해 맞춤 건강관리··백재희 센터장

청소녀(女) 건강관리센터 '나는 봄' 전국 최초 개관백재희 센터장과 직원들, 수차례 거리로 나가 아이들 이야기 '청취'10년간 막달레나 공동체에서 일한 것이 소중한 양분

백재희 '나는 봄' 센터장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집과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가출팸', '노숙 청소년'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끊은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그 곳에서 성매매를 비롯한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6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개관한 '나는 봄'은 신체적·정신적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가출 청소녀(女)들을 위해 서울시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건강센터다. 그 동안 쉼터나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산부인과·가정의학과·치과·정신과 등의 시설이 마련돼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최초다. 센터명 '나는 봄'에는 'I am Spring'과 'Flying Spring'이라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백재희(43) '나는 봄' 센터장과 직원들은 개관에 앞서 직접 거리로 나갔다. '지원을 위한 지원'이 아닌 아이들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센터에 마련된 치료 대기실에 발 받침대나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작은 부분까지 배려할 수 있었던 것도 거리로 직접 나갔던 직원들의 눈썰미 덕분이다. "가출 청소년들이 삐딱하게 앉거나 눕다시피 한 자세로 있는 모습을 보면 보통 예의가 없다, 못 배워서 그렇다는 등의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데 워낙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넓은 장소에 가면 눕거나 기대는 습관이 생긴 것"이라며 따가운 시선을 거두고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출 청소년'은 일반화됐지만 '노숙 청소년'이라는 개념은 아직 낯설어 이들이 처할 수 있는 위험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점도 센터를 개관하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노숙 청소년, 특히 여자 아이들은 거리에서 생활할 때 각종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더욱 크다"며 "현실적인 치료 지원 없이 예방차원의 교육만으로는 아이들의 생활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여성들을 돕는 '막달레나 공동체'에서 10년 넘게 일한 경험도 청소녀 건강센터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성매매를 하는 여성 중 상당수가 청소년 때부터 반복적인 가출과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한 소중함을 미처 모른 채 살아가는 모습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백 센터장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만으로 이들의 생활을 하루아침에 바꿔놓을 수는 없겠지만 한 명이라도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일지를 깨닫게 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