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질 벗어난 한국사 교과서 이념 논란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논란이 본질을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교학사 교과서는 8월 30일 검정통과가 알려진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친일, 독재를 미화하고 역사설 사실에 대한 오류, 표절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금까지 제기된 오류, 왜곡사례만 300여건이 넘는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조차 일부 내용을 보고 상당히 오류가 많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논쟁의 본질이 사라지고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의 진영갈등, 이념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이 와중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이념전쟁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유력한 차기 당대표와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김무성 의원에게서다. 김 의원은 우파역사공부모임인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을 만들면서 "좌파와의 역사전쟁에서 승리하겠다"고 선언했다. 11일에는 교학사 교과서의 주 집필자인 공주대 이명희 교수가 강연자로 나와 교과서 얘기는 없이 뜬금없는 '좌파척결'을 주장하고 자리에 있던 50여명의 의원들이 박수를 쳤다.한국사 교과서는 단순히 지식을 제공하는 교재가 아니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올바른 국가관과 사회관, 시민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야하고 이념적 잣대로 평가해서도 이념대립의 도구로 활용해선 안된다. 역사교과서 논란은 5년전에도 되풀이됐다. 이명박 정부 초반에는 좌편향 역사교육을 바로잡겠다면서 보수우파단체들이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집중 공격했고 결국 정부가 직권으로 수정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역사 교과서 문제는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간의 역사관의 차이가 본질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오랜 논의와 연구 끝에 합의하고 정리했던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이 왜곡되고 부인되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문제의 본질부터 바로 봐야 무엇이든 해법이 나오는 법이다.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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