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장의 무기는 아직 내 손에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 나폴레옹의 말이다. 어떤 절박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구원의 길이 있다는 뜻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절박한 상태에 있거나 금융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분들도 음미하면 좋을 잠언(箴言)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는 1000조원에 육박해있는 가계부채 문제, 빈부양극화 문제 해결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과제가 아니다. 요즘 경제문제로 인한 위기가정 사례를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한다. 경제문제를 둘러싸고 가족 간 갈등이 커지고 결국 가족해체에 이른 사례야말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대가족이 가족구성의 근간이었을 때는 개인과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형제, 사촌, 외가에 이르기까지 기대고 의지할 만한 곳이 그나마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핵가족 시대엔 가족이나 친지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절박함을 혼자서 극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공적 부조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이다. 지금이야말로 경제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돼야 할 때다.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실패자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줘야 한다. 패자 부활의 기회는 항상 제공돼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할 때다. 필자가 근무하는 신용회복위원회가 올해로 11년째를 맞이한다.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조정을 받은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28만여명이 채무를 다 갚았다. 현재도 매년 4만여명이 채무상환을 완료한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커졌다.우리 위원회의 핵심 기능은 과중 채무자에 대한 채무조정과 소액금융지원 그리고 취업지원과 신용교육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기회 제공'과 '도덕적 해이 차단'이란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우리 사회와 경제가 용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균형점을 항상 모색해 나가고 있다. 균형점의 핵심은 희망이다.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성실했지만 불운한 과중채무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변화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소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과거에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였다는 사실만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거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건강한 경제주체로 복귀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 오히려 이들의 자신감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 주고 희망을 향해 오르도록 해 줘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는 매년 상ㆍ하반기로 나누어 1박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갖는다. 이달에 개최될 하반기 워크숍에는 업무 관련 토론 외에도, 현악 4중주단 리더로 전국 각지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을 모실 계획이다. 클래식 강의도 듣고 현악 4중주를 라이브로 들으면서, 지쳐있을 직원들의 심신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려 한다. 강의해 주실 분은 부친의 사업실패로 발생한 부친과 모친 그리고 본인의 과중한 채무를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모두 해결하신 분이다. 이제 희망을 가지고 아름다운 음악을 전국 각지의 많은 분들께 전해드릴 수 있게 됐다면서 조심스러운 초대에 기꺼이 응해주신 단장님께 감사드린다. 나폴레옹의 말처럼 희망이야 말로 행복한 삶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니겠는가. 희망을 내 손에 잡아야 행복의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경제적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들은 신용회복위원회가 희망을 향해 걸쳐 놓은 사다리를 오르면 된다. 희망을 예비(豫備)하지 않는 고난이란 없고 행복의 기약이 없는 절망이란 없는 법이다.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