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blockquote">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제정한 세계자살예방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8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살 사망자 수는 2009년 1만5412명, 2010년 1만5566명, 2011년 1만590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도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강 다리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2009년부터 올 7월 말까지 849명. 이틀에 한 명꼴로 투신한 셈이다. 특히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6~8월 여름철에 한강 투신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아시아경제는 한강 투신사고의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해 한강구조대의 숨 가쁜 구조 활동을 현장 취재하고 그들의 애환을 들어봤다.
한강 수난구조 현장(서울시소방재난본부 제공)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수난 구조 출동 요함. 영동대교 투신 사고. 사체 추정." 막 점심식사를 마친 구조대에 출동 지령이 내려왔다. 대원 5명이 일사분란하게 구조보트에 올라탔다.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3분. 한강 둔치에서 2m가량 떨어진 곳에 웅크린 채 수면 위에 얼굴만 내놓은 사람 형체가 보였다. 70대로 보이는 할머니. 숨이 멎은 줄로만 알았지만 심폐소생술을 하자 "컥"하고 물을 토해내며 의식을 되찾았다. 구사일생이다. 한쪽 뺨을 약간 긁혔을 뿐 별다른 부상은 없었다. 할머니가 왜 강에 몸을 던졌는지는 알 수 없다. 사건 현장 주변에서 먹다 남은 막걸리 병이 발견돼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할 뿐이다.◆긴박했던 실제 출동 상황= 지난 3일 서울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원들이 출동한 실제 상황이다. 강대환 대장은 "사흘에 한두 번꼴로 자살과 관련된 신고를 받는다"며 "특히 경제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한강에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전했다. 최근 김종률 전 국회의원,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 등 유명한 인물의 자살에 따른 모방자살이 증가한 것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자살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구조대는 오직 투신자가 살아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강 대장은 "강으로 뛰어내리려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는 경우에는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투신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리 위에선 모진 마음을 먹었더라도 막상 뛰어내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땐 삶을 택하더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고 전했다. 투신자 수색 작업도 녹록지 않은 일이다. 1m 간격으로 일일이 강바닥을 뒤지는 일은 물론 다리 위에 신발, 지갑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자살 정황만 발견될 때는 온갖 증거를 탐색해야 한다. 무사히 목숨을 구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만 망자로 발견됐을 땐 허탈하기 그지없다. 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한 경우에도 심적 부담은 커진다. 이미 오래 전 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에는 이끼가 끼어 있다. 시민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예우를 지켜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 ◆한강 전역 구조인력 하루에 불과 28명= 구조대의 인력부족 문제는 이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재 광진과 영등포 수난구조대 두 곳만이 약 42㎞에 이르는 한강 전역을 관할하고 있다. 이들 두 곳에는 각각 22명씩 총 44명의 구조대원이 3교대(야간 비번조 포함)로 근무를 서고 있다. 비번인 근무자를 빼면 하루에 불과 28명의 구조대원이 밤낮으로 한강 주변에서 발생하는 긴급한 사고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자살이 사회 문제로 인식되면서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마포대교 등 주요 한강 다리 위에 폐쇄회로(CC)TV나 'SOS 생명의 전화' 등과 같은 안전장치들이 설치됐다. 자살 예방을 위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SOS 생명의 전화로 지난해 163명이 죽음 앞에서 마음을 돌렸다. 하지만 이로 인한 장난전화, 허위제보 등으로 출동 인력이 소모되는 고충도 겪고 있다. 한편 강 대장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구조대원들이 자체적으로 한강 투신을 막기 위한 방책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면서 "다리 아래 안전망이나 로프 등 안전장비 설치를 제안했지만 도시 미관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거나 관련 법규나 제도에 부딪혔다"며 관련 부서의 협조를 당부했다.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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