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신발회사' 탐스슈즈가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에게 나눠 준 신발 수가 지난달 1000만켤레를 넘어섰다. 고객이 신발을 한 켤레 사면 맨발로 지내는 어린이에게 신발을 한 켤레 주는 기부 프로그램의 실적이다. 탐스슈즈는 2006년 미국에서 설립돼 현재 연간 매출 2억5000만달러를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탐스슈즈가 좋은 일을 하면서 이익을 내는 사회적 기업의 성공모델로 거론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자선을 마케팅에 끌어들여 돈을 버는 업체일 뿐"이라며 "해당 지역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폐를 끼친다"고 비판한다. 기부와 연계한 탐스슈즈의 기업활동을 수혜자 처지에서 따지는 대표적인 사람이 손드라 시멜페니크다. 그는 20여년간 다양한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기부자의 선한 의도가 실질적인 도움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됐다. 시멜페니크는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기부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사이트 '좋은 의도로는 충분하지 않다(Good intentions are not enough)'를 운영하고 있다. 시멜페니크는 탐스슈즈가 2010년에 제작한 홍보영상 '신발 없는 하루'를 2011년에 '존엄성 없는 하루'로 패러디했다. 먼저 탐스슈즈 홍보영상의 메시지를 들어보자. 몇몇 가난한 나라 아이들은 하루에 몇 마일씩 걸어다녀야 한다. 발에 난 상처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아이들은 맨발이라는 이유로 종종 학교 수업을 듣지 못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약 100만명이 상피병(象皮病)을 앓는다. 상피병은 신발만 신으면 100% 예방할 수 있다. 시멜페니크는 매년 수백만 켤레의 신발이 이미 충분하거나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곳에 기부된다고 반박한다. 실례로 나이지리아에서 16년간 거주한 사람의 말을 들려준다. "그동안 자기 신발이 없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이어 가나, 말라위 등 시장에 널린 신발 사진을 보여 준다. 또 신발이 꼭 필요한 곳에서는 버려진 소재로 샌들을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여기까지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탐스슈즈는 어떤 피해를 줄까? 시멜페니크는 "기증된 물품은 그 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을 지니고 이로 인해 현지의 산업기반을 무너뜨린다"며 헌 옷 기부의 부작용을 예로 들었다. 나이지리아에 기부된 헌옷 때문에 1992~2006년 현지 일자리 54만3000개가 사라졌다. 시멜페니크는 비판을 위한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현지 사람들을 돕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일자리를 제공받은 사람들은 극빈층에서 벗어날 테고, 그러면 아이들에게 신발을 사 줄 수 있다는 말이다. 탐스슈즈 같은 신발회사라면 헝겊과 밑창, 깔창, 끈 등을 도움을 주고자 하는 지역에서 조달할 수 있다. 아울러 생산공장도 현지에서 가동하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탐스슈즈는 이런 비판을 받아들였고, 이제는 기존 중국 공장 외에 에티오피아와 케냐, 아르헨티나에서 신발을 만들고 있다. 근본적인 물음은 아직도 남는다. 신발이 없는 아이에게 신발을 주는 자선활동은 부분적인 처방이다. 신발을 사서 신을 형편이 되지 못하는 아이에게 딱 신발만 장만해 주는 것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런 아이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아니면 훨씬 더 처지가 열악해, 배를 채우지 못해 영양실조에 허덕이지 않을까? 또한 신발 기부는 대증적이다. 신발을 받은 아이는, 다른 상황에 변함이 없다면, 다음에도 신발을 받아야 한다. 대안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컨대 도움을 주고자 하는 지역에서 형편이 어렵지만 건실한 청소년들을 선정해, 이들이 그 지역에 사회경제적으로 기여하는 일원으로 자라나도록 다각도로 보살펴 주는 방법이 있다. 이모저모 궁리할수록 탐스슈즈는 사회적 기업이라기보다는 자선을 마케팅에 적절히 이용한 영리한 기업이라는 결론에 가까워지게 된다.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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