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
한반도가 가마솥처럼 달궈지면서 폭염의 기세가 참으로 대단하다. 기상청 발표만 보더라도 올여름 최고 기온은 남부지방이 37~39도, 중부지방이 33~35도로 평년에 비해 4~5도 정도 높다고 하니 올여름이 얼마나 뜨거운지 가늠할 만하다. 하지만 전력수급 사정은 빠듯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전력이 400만㎾ 미만이면 비상경보 상태에 들어간다. 특히 100만㎾ 밑으로 떨어지면 '심각단계'가 돼 대규모 정전을 방지하기 위해 순환정전이 시행된다. 전력 공급을 갑자기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그리고 블랙아웃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에너지 절약은 불, 석유,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에 이어 제5의 에너지이다. 또 에너지 절약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 역내 기업들이 2020년까지 매년 전체 매출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에너지 절약 설비에 투자하기로 했고, 일본은 2011년 대지진 이후 여름철 15% 의무절전을 시행하고 있다. 게다가 각국이 경제성이 떨어져 외면받던 오일샌드와 셰일가스 등 비전통 석유가스 자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에너지원의 개발이나 에너지 절감은 인류 생존과 직결된다고 봐야 한다. 국가적인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은 에너지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국내기업은 '3S(Smart Summer Save)운동'을 펼치고 있다. 전력소비량을 생산현장은 5%, 사무실은 10%, 가정은 15% 줄인다는 구체적 목표까지 세우고 절전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생산현장에서는 전력사용량이 정점에 이르는 오후 2~5시 '피크시간 의무 절전'제도를 시행하고, 사무실에서는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사무기기 사용을 줄인다. 가정에서는 전력 낭비의 가장 큰 요인인 대기전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전력사용량을 10% 이상 줄이면 문화상품권을 주는 등 에너지 절약을 독려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은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건물에 직접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건물이 사용하는 일정 부분을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최근에 지은 건물은 지붕에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해 전기 사용량의 40%를 태양광 발전으로 해결하는데 하루 417㎾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한다. 이것은 100W 백열전구 4100개를 켤 수 있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공공기관인 우체국과 우편물을 운송하는 차량들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전국의 우체국에서는 적정 실내온도 28도를 지키는 것은 물론 지난주에는 냉방기의 가동을 중지해 사상초유의 절전대책에 동참했다. 전국을 매일 누비는 우편 차량 3800대와 오토바이 1만4000대도 이동거리를 최적화하는 등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은 생활 속 실천이 중요하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전력수요가 많은 오후 2~5시에는 전기 사용을 줄이고, 과도한 냉방은 자제해 건강온도 26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 편한 복장으로 체온을 내리고, 사용하지 않는 TV, 컴퓨터 등 전기 제품은 반드시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차단해야 한다. 에너지는 쓰면 다시 생기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 결코 아니다. 또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지만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더더욱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더구나 올여름은 전력 보릿고개라고 부를 정도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어 에너지 절약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전력소비는 9510㎾h로 일본(8110㎾h)에 비해 17.3%, 독일(7108㎾h)에 비해 33.8%나 많다. 여름이 막바지로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리고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에너지 절약의 첫걸음이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국가가 현재와 같은 에너지 소비 형태를 계속 유지하면 에너지 사용량이 2035년에는 2010년보다 약 30% 이상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이란 모른 척한다고 해서 결코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을 범국민적으로 실천할 때이다.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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