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 그나마 좋은 시절이었다는 푸념이 향후 3년 정도는 지속될 것이다." 최근 만난 금투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이 같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주식시장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내 증권사들의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주식 거래대금 급감으로 관련 영업이익이 감소한데 이어 그나마 믿었던 채권 부문도 시장금리 인상으로 손실에 노출된 탓이다. 실제로 2013회계연도 1분기(2013년 4~6월) 5개 대형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만이 연결기준 24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대증권은 256억원의 적자로 같은 기간 손실 폭이 두 배 이상 늘었고, 삼성증권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무려 63%나 곤두박질쳤다. 이외에 미래에셋증권도 영업이익이 전년 6분의 1 수준인 30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업계의 진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위기탈출을 위한 해법 찾기는 초보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산적인 미래를 위한 논의는 전무하다시피하다. 부쩍 늘어난 경영전략회의는 비용절감을 위한 간부들의 아이디어 경연장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지점 통폐합, 성과급 축소 등 구조조정 카드가 한계에 이르자 법인차량 주유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영업동선까지 제한하자는 아이디어가 곧바로 채택될 정도다. 일선 영업현장에서 사용되는 프린터물도 직원별 출력량을 체크해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모 대형증권사 임원은 "수익원 다변화, 리스크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관련된 아이디어는 감히 제시할 엄두조차 못 낸다"며 "당장 올해 실적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운명이 결정되는 마당에 중장기 실적 개선 방안을 내놓으면 눈총을 받을게 뻔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채택 여부를 떠나서 의견 제시 자체에 부담을 느껴 몸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꼼수 영업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출 실적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단기 여신금리가 낮은 신용대출로 유도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대폭 올려 투자자들을 망연자실하게 하는가 하면, 주식 위탁거래 수수료의 경우 형평에 맞지 않는 요율 부과로 눈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상당수 증권사들은 반대매매 등 특정한 상황에 대해 일반 주식거래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한 주식투자자는 "온라인 주식수수료가 0.05%인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행사할 경우에는 3%의 수수료를 매긴 적이 있다"며 "반대매매 행사 전 SNS공지 정도의 서비스가 추가됐을 뿐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증시 부진은 디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현상으로 봐야할 지도 모른다. 자본시장 성장기 중간중간 닥쳐온 위기에 그러했듯, 증권사들이 땜방식 처방으로 일관한다면 시장 신뢰를 더욱 잃어 나락으로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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