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조원대 '유류 공동구매', 2년째 헛바퀴

정부가 정해놓은 가격에 정유4社 난색, 올 2회 연속 입찰 불발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정부가 유류 가격 인하를 목적으로 시행한 '공공기관 차량용 공동구매 정책'이 시행 2년차를 맞아 교착상태에 빠졌다. 정부의 예가(미리 정해놓은 가격) 산정에 대해 정유업계가 난색을 표하면서 최근 진행한 두 차례 입찰 모두 유찰(流札)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정부 및 정유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이 7월31일(1차), 8월13일(2차) 진행한 공공기관 차량용 유류 공동구매 입찰이 모두 무산됐다. 1차 입찰에는 SK에너지ㆍS-OIL, 2차 입찰에는 SK에너지ㆍGS칼텍스ㆍS-OIL이 각각 참여했지만 정부가 요구한 예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공공기관 차량용 공동구매 정책이란 정부가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첫 시행됐다. 지난해에는 GS칼텍스가 SK네트웍스와 경합을 벌인 끝에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정부는 리터당 60원 정도 할인된 가격에 유류를 공급받아, 연간 350억원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입찰이 두 차례 연속 유찰된 배경과 관련, 정유업계는 ▲정부의 너무 낮은 예가 산정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공급 실적 등을 꼽았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1차 사업 당시 정부가 약속한 공급 물량이 목표치 대비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의) 대량구매 조건이 가격인하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요구하는 예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자별로) 대량구매를 조건으로 시장 가격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공급에 나서기 위해서는 정부가 약속한 물량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높아) 사실상 도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해 총 5억ℓ(휘발유 2.5억ℓㆍ경유 2.5억ℓ)를 1년간 공급하기로 했던 GS칼텍스의 실제 공급량은 계약 종료 1개월여를 앞두고 1억ℓ(2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괴리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 공급물량을 휘발유 1억3000만ℓ, 경유 3억9000만ℓ, 등유 8000만ℓ로 결정, 지난해 대비 공급물량을 1억ℓ 높여 잡았다. 6억ℓ에 대한 공급가격은 1조원대 수준이다. 정부가 약속한 공급물량과 실제 공급물량의 차이점에 대해 업계는 ▲오랜 기간 지속된 공공기관 자체구매 관행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차이 ▲협약 주유소의 거리 등을 주요 사유로 들었다. 정부가 나서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나섰지만 산하 공공기관들의 오랜 관행과 현실적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현장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사업자 선정 방식이 가격보다 전국 주유소 네트워크 능력ㆍ경영상태ㆍ제반능력 등을 감안한 기술평가 점수에 더 비중을 둔 '협상계약'이었던 반면, 올해는 가격 만을 주요 평가요소로 보는 '적격심사' 형태로 변경된 점도 정유업계의 가격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됐다고 하더라도 현장, 즉 공공기관이 이를 거절할 경우 (사업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가격인하에 따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기존에 거래를 해오던 주유소가 더 가까이 위치해 있고, 가격이 아닌 여타 서비스 등을 더 중시할 경우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2회 연속 사업자 선정에 실패한 정부는 이달 말 제 3차 입찰 계획을 밝히면서 "앞서 두 차례 입찰 모두 정부가 요구하는 가격보다 높게 써내 유찰된 점을 감안해, 향후 진행되는 입찰에서 현 예가를 유지할지 인상할 지를 놓고 검토 중인 단계"라고 덧붙였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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