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는 약과, 인천시는 盧 대통령 동영상 조작·도용'

2014 아시안게임 유치 위해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동영상 조작·도용...지난해 안상수 전 시장이 자서전에서 털어놔...정부 지원에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광주시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면서 국무총리ㆍ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서명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인천시가 지난 2007년 대회 유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동영상을 조작ㆍ도용했었고, 이로 인해 대회 개최를 지원했던 김명국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해임됐었던 사실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지자체장들이 '치적쌓기'를 위해 전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는 어이없는 일이 사실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라 지자체들 사이에선 '흔한' 일일 수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유치의 주역이었던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지난해 초 대선 예비후보 출마를 앞두고 발표한 자서전 '안상수의 혼이 담긴 인천이야기'에서 아시안게임 유치 과정의 뒷얘기를 털어 놓으면서 밝혀졌었다. 당시 '아시아경제신문'이 이를 유일하게 보도했었지만 이미 퇴임한데다 전국에선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안 전 시장의 고백이어서 조용히 지나갔었다. 안 전 시장은 자서전에서 "유치 과정에서 돌발한 잊지 못할 사건이자 밝혀 두어야 할 진실이 있다"며 당시 노 대통령의 동영상을 조작ㆍ도용했던 사실을 털어놨다. 자서전에 따르면 인천아시안게임 유치가 결정된 2007년 4월17일 쿠웨이트에서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 인천시는 투표권을 가진 45개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들 앞에서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하게 됐다. 그런데 프리젠테이션 동영상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유치 희망국들은 프리젠테이션 맨 마지막에 "대통령과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지해서 성공시키겠다"는 해당 국가 대통령의 멘트를 집어 넣어야 했다. 대회 개최 도시 선정의 주요 조건 중 하나가 해당 국가 중앙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회 개최를 지지하고 있는 지 여부였기 때문이다. 인천시도 15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 동영상 맨 마지막 부분을 비워 놓고 청와대로부터 동영상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유치단이 출국할 때까지 청와대에서 동영상이 내려 오지 않았다. 당시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인천시의 아시안게임 유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안 전 시장은 '궁여지책'으로 꾀를 내었다. 노 대통령이 당시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촬영한 동영상 가운데 "평창이 유치되면 정부와 국민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라는 말한 대목이 있었는데, 이중 주어인 '평창이'를 삭제하고 '유치되면 정부와 국민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라는 대목만 프리젠테이션 동영상의 마지막에 채워 넣은 것이다. 막판에 유치단에 동행했던 문화부 실무국장이 이를 알고 보고해 청와대로부터 "삭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안 전 시장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실무진의 의견을 수용해 결국 유치총회에서 그대로 노 대통령의 지지 멘트가 포함된 프리젠테이션 동영상을 상영하고 말았다. 이후 인천시는 투표 결과 경쟁국 인도 뉴델리를 물리치고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안 전 시장은 이에 대해 자서전에서 "(동영상이 오지 않은 것은) 노 대통령께서 멘트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으시다는 쪽으로 판단이 섰다. 아마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 때문인 듯 했다"며 "동영상 제작은 내가 지시했다. 만약에 문제가 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했다"고 밝혔다. 안 전 시장은 또 이로 인해 당시 유치단과 동행했던 김명곤 문화부 장관이 노 대통령의 진노를 사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전격 경질 통보를 받았던 사실을 전하며 "정부가 얼마나 (인천아시안게임 유치를) 반대했는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인천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 속에서 김 장관의 운명은 바뀌어 버렸다. 지금도 안쓰럽고 고마운 마음이 깊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이번 광주시의 서명 위조 사건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대회에 대한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등 강경 대응을 하고 나선 상황에서 인천시의 노 대통령 지지 동영상 조작ㆍ도용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현재 인천시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총 1조70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되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 비용의 70%를 정부가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인천시 입장에선 정부가 동영상 조작ㆍ도용을 이유로 지원 요청을 거부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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