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입주기업인 특별기고] '北 노동자들 가동 절실히 원해'

개성서 긴박한 하루 보냈던 오성창 태성산업 사장"공장 상태 양호…정상 가동 시기 손꼽아 기다려"

오성창 태성산업 사장(현지 주재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북측이 출경을 막은 4월3일 이후 개성공단이 멈춘 지 99일. 하지만 입주기업들에겐 수년처럼 느껴지는 아득한 나날이었다. 그동안 북에 남겨둔 설비들과 동료들이 어른거려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10일 아침부터 억수같이 비가 쏟아졌다. 경사스런 날에 비가 내리니 걱정이 앞섰지만 입주 기업인들의 염원이 하늘에 전해졌는지 이내 하늘이 맑아졌다. 오전 9시 군사분계선을 지나 공단으로 향하는 길은, 지난 9년 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출근했던 그 길이 아닌 듯 낯설어 보였다. 차창 너머로 잡초가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올라왔고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9시50분쯤 공장에 도착하니 총무와 안전관리인 등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손을 부여잡고 얼싸안았다. 무뚝뚝한 그들이지만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서둘러 공장을 둘러보니 4월 27일 봉인하고 왔을 때와 크게 변하지 않았다(태성산업 공장은 3층 건물에 3600평 규모). 안전관리인에게 "따로 관리해왔냐"고 물었더니 "그런 일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원자재는 조금 젖은 것을 빼고는 상태가 괜찮았다. 그동안 손을 타지 않았다는 증거다. 전기를 돌려서 설비를 가동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꾸욱 참았다. 갑자기 전기를 공급해 가동했다가는 섬세한 기계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해서다. 설비는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았지만 오랫동안 가동되지 않은 탓에 저수조나 배관 등 일부 기관은 수리가 필요했다. 공장이 재가동하려면 1~2주 수리를 해야 하는 상태였다. 공장을 바삐 돌아보면서 간간이 북측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빨리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출근하면 그동안 생산 못했던 것을 하자"는 답이 돌아왔다. 대다수 공장 직원들이 지금은 손을 놓고 놀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공장을 둘러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3시30분 공단 관리위원회에 가서 공장 현황과 건의사항 등을 전달했다. 공장을 잘 지켜달라는 부탁을 빼놓지 않았다. 오후 4시20분께 방문 시간이 끝나 발걸음을 돌리는데 기계설비와 원부자재가 눈에 밟혔다. 북측 사람들은 "이제 가면 또 언제 들어오십니까, 빨리 오시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오겠다"고 답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나도, 그들도 알 수가 없는 처지였다. 우리 정부와 북측이 협의해 12일부터 이틀간 완제품ㆍ원부자재를 반출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99일만에 찾은 생산 현장에서 짧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만감이 교차했다. 마음 놓고 개성공단을 드나들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개성공단은 다시 일하고 싶다.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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