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0억원 낭비 논란 '한마음체육관' 재건축, 무산될 듯

서대문구, 2011년 99억원 투입 재건축 계획 수립체육시설 부족·활용도 ↓…'다목적체육센터' 건립 추진건립된 지 13년…주민들, "괜한 예산낭비다"주민 150명 2월 초 서울시에 감사 청구감사 결과, 안전성 등 문제 無…보완조치 결론

▲ 서울 서대문구가 99억원을 들여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홍은동 '한마음체육관'의 모습. 예정된 수업이 없었던 9일 오후 체육관 주변은 한산한 모습이다.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마음체육관'. 최근 체육관 재건축을 두고 구청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곳이다. 예정된 프로그램이 없었던 이날 오후 체육관 주변은 오가는 인적이 드물 정도로 한산했다. 체육관 뒤쪽의 문화체육회관에만 몇몇 어린이와 차량들이 드나드는 것이 눈에 띄었다. 체육관 내부는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었다. 체육관 관계자는 "수업이 없을 때는 보통 이렇게 조용하다"며 "요즘은 수업 있을 때 100여명 정도가 이용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가 2014년 말 완공을 목표로 추진해 온 한마음체육관 재건축 계획이 주민과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주민 150명이 재건축의 적절성 여부를 가려 달라며 청구한 시민감사 결과, 건물을 철거할 정도의 구조적 결함이 없고 종목 다양화를 통한 참여율 제고 등 운영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만큼 최소한의 보완조치로 체육관을 운영하라는 의견을 최근 서대문구에 통보했다. 11일 아시아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서대문구 한마음체육관 재건축 관련 주민감사 청구사항 감사결과'를 보면 서울시는 체육관이 건립된 지 13년밖에 안 돼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 누수방지와 종목 재배치 등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축 체육관에 들어설 예정인 풋살장, 게이트볼장 등에 대한 비용편익(B/C) 분석이 실시되지 않았고, 대상부지가 시유지임에도 서울시와의 사전협의 없이 신축이 추진됐다고 판단했다. 구민참여 프로그램이 요가와 단전호흡 두 가지뿐이라는 점에서 운영을 개선할 문제이지 신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서울시의 감사 결과다. 

▲ 9일 오후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는 한마음체육관 내부의 모습.

서대문구가 이 체육관을 지은 것은 지난 2000년. 당시 단전호흡 전용 수련장 건립을 위해 18억원을 투입해 가건물 형태의 체육관을 세웠다. 현재도 체육관은 건축물대장상 '단전호흡수련원'으로 명시돼 있는데, 여기에는 '단전호흡 마니아'로 알려진 당시 이정규 청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결국 구청장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애초부터 잘못된 출발을 했던 셈이다. 그러나 한때 700~800여명에 이르던 단전호흡 참가자들은 급격히 줄었고 체육관을 거의 '놀리게' 됐다. 체육관 내부에는 요가와 단전호흡을 위한 매트가 설치돼 있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형편이었다.  서대문구의 선택은 13년 된 체육관을 허물고 약 100억원을 들여 새 체육관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2011년 3월 한마음체육관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연면적 3960㎡,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다목적체육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총 99억원(구비 13억원+시비 56억원+국비 29억원)의 예산 투입을 결정했다. 구는 "타 자치구에 비해 체육시설이 부족하고 사유지를 매입해 체육관을 짓기엔 재정적인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은 '낭비성 예산 지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새로 지을 필요까지 있느냐'는 반응이 다수다. 단전호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박모(66ㆍ여) 씨는 "건물을 헐고 100억씩 들여 새 건물을 지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불가' 의견에도 불구하고 서대문구는 신축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비와 국비 지원이 가능해 구의 부담이 적고, 구민들의 체육공간 마련 요구가 크다는 게 서대문구의 주장이다. 서대문구의 한 관계자는 "구청 정책담당관이 실시한 체육분야 요구조사에서 전체 구민의 41%가 체육시설을 지어달라는 의견을 보였다"며 "애초 체육관이 증축을 고려해 지어지지 않았고 풋살 등 새로운 종목을 운영하려면 규격과 시설배치도 새롭게 해야 해 신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는 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을 일부 반영해 내년 초 착공, 2015년 말에는 체육관 건립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감사 결과와 함께 예산낭비 지적도 여전해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