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여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개성공단 사태에 변수가 생겼다. 북한은 어제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공단 입주 기업인과 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던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뒤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때여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개성공단의 현실은 최악이다.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계는 녹슬고 입주 기업은 빈사상태다. 기업이 신고한 피해액은 1조566억원이며 정부가 확인한 것만도 7067억원에 이른다. 46개 기계ㆍ전자부품 입주 기업이 어제 우리 정부와 북한에 이른 시일 내에 공단 폐쇄 여부를 결정하고 생산설비의 국내외 이전을 지원해 달라고 촉구한 것은 말 그대로 절박함에서 나온 '최후의 결단'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북한의 조치는 일단 반갑다. 북한이 지난달 12일 불통된 판문점 연락채널 정상화에 동의한 것도 그렇다. 하지만 북한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요구해 온 당국 간 회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국내외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를 움직여 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대화의 창구는 열어 놓은 셈으로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다. 정부는 신중한 태도다.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당국 간 대화를 통해 풀어 간다는 것이다. 북한이 당국 간 회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진정성 없는 국면전환용 성격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청와대가 오늘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 놓고 있지만 무원칙, 무분별한 대북정책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신뢰와 원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하며, 다시는 공장을 세우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개성공단은 경제적 가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당국 간 대화에 대해 신뢰와 원칙을 앞세운 정부의 입장은 그동안의 북한 행태를 떠올릴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조치를 당국 간 대화 복원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적극적 발상도 필요하다. 입주 기업의 어려움도 헤아리고 대화의 물꼬도 튼다는 의미에서 보다 융통성 있게 접근하길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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