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美 원전 가격경쟁력 압박, 원전 퇴출 결정 잇따라

위스콘신주 키와니 원전 이어 오이스터 크릭 '조기 은퇴'시키기로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원자력발전소의 존폐에 안전성 외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천연가스다.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원전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이 천연가스 발전소의 발전단가를 낮춰 도매전력 가격을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원전의 채산성이 악화된 것이다. 천연가스의 위협은 노후 원전 퇴출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는 현재 32개 전력회사가 31개주에서 원전 104기를 가동한다. 올해 들어 이 가운데 4기에 대해 가동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퇴출될 원전 중 3기는 해결에 돈이 많이 드는 기계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위스콘신주에 있는 키와니 원전은 잘 돌아가고 있었고 20년 가동연장 허가도 받은 상태였다. 키와니 원전은 그러나 도매전력 요금이 떨어지면서 적자를 보고 있었다. 미국 최대 원자력발전회사 엑셀론은 뉴저지주의 오이스터 크릭 원전을 허가받은 시한보다 앞당겨 2019년 말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오이스터 크릭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으로 엑셀론은 2010년에 이 원전의 가동시한을 20년 연장받은 바 있다. 기존 원자로 용량을 키우려던 계획도 중단되고 있다. 엑셀론은 기존 원자로에 23억달러를 투자해 용량을 130MW 키우려고 했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게 되자 당초 계획을 4분의 1만 실행에 옮긴 뒤 접었다. 천연가스 가격은 셰일가스가 개발된 덕분에 큰 폭 떨어졌다. 2008년 MMBtu(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량) 당 13달러였다가 요즘에는 3달러대에서 오르내린다. 2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천연가스 7월물은 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기중 가스정책연구실장은 “발전소에서 천연가스를 구매하는 단가가 MMBtu당 6달러면 가스가 석탄과 경쟁할 수 있고, 3.5달러면 원전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천연가스 시세라면 미국 발전업체는 점점 규제가 강화되는 원전 대신 천연가스 발전소를 택할 유인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건이 다르다. 천연가스 수송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 원전의 운명은 현재 지어지고 있는 원전 4기에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에 보글3·4호기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는 섬머2·3호기가 건설중이다. 보글 원전에 투자한 발전회사 서던 컴퍼니는 새로운 설계방식을 적용하고 부분품을 현장에서 결합하는 모듈 공법을 활용해 기존 원전에 비해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사기간은 돈이다. 공사가 지연되면 비용이 늘어나고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보글3호기는 올해 3월 착공돼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공사중인 원전의 수익성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던 컴퍼니측은 “보글 원전이 차세대 원자로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버몬트 법학대학원 에너지환경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마크 쿠퍼는 “보글 3·4호기는 운영기간을 합쳤을 때 다른 방식의 발전소보다 비용이 100억달러 더 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천연가스 가격에서는 원전이 과거와 같은 가격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엑셀론은 천연가스 가격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새 원전을 짓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셰일가스는 나라에는 좋지만 원전에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백우진 기자 cobalt100@<ⓒ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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