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냉키 쇼크' 최소화에 만전 기하라

'버냉키 쇼크'가 지구촌을 강타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19일 양적완화 축소(출구전략) 일정 발표 이후 세계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충격파는 컸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 부진 소식이 겹쳐 국제유가와 금값도 동반 하락했다. 특히 한국은 주식ㆍ채권ㆍ원화 값이 함께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장을 연출했다. 외국인 자금이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외채가 많은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미 인도 루피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 역할을 해 온 인도ㆍ브라질ㆍ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주요 국가와의 통화스와프 등 공조 체제를 긴밀히 유지해야 한다. 연내 양적완화 축소에 이어 내년 중 양적완화가 중단되면 금리가 오를 것이다. 시장은 벌써 이에 반응하고 있다. 주요국 국채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르면 국내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진다. STX 등 적지 않은 한계기업과 해운ㆍ조선ㆍ건설 등 취약업종의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옥석을 잘 가려 살릴 가치가 있는 기업은 지원하되 그렇지 않은 곳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출구전략 일정이 제시되면서 불확실했던 대외변수 하나가 또렷해졌다. 양적완화 축소가 미국의 경기회복에 바탕을 둔 것인 만큼 우리의 대미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엔저 효과를 상쇄시킴으로써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응이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에 맞춰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오석 경제팀이 그리 미덥지 않다. 다음 주인 25일에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라는데 지금 그런 여유를 부릴 때인가.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경우 거시 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것만으로 안심하기 어렵다면 빈번히 드나드는 투기성 자금에 세금을 매기는 한국형 토빈세 도입과 같은 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 한국이 마냥 외국인들의 현금인출기(ATM) 노릇을 할 수는 없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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