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백지화됐던 영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이 되살아났다. 어제 국토교통부와 부산ㆍ대구ㆍ울산ㆍ경북ㆍ경남 등 영남권 5개 시도가 '신공항 관련 공동 합의문'에 서명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국토부는 국제입찰로 조사기관을 선정해 우선 연내 수요 조사에 착수한다. 이어 그 결과를 가지고 내년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영남권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숙원사업 부활을 크게 반기고 있다. 신공항이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다른 지역 지자체와 주민들로서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기에 앞서 떨떠름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2011년에 후보지였던 경남 밀양과 부산시 가덕도 두 곳 다 입지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때 신공항 수요 자체도 충분치 않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그 뒤로 불과 2년여 만에 정부 입장이 180도 바뀌어야 할 만한 변화가 과연 있었는가. 이번 영남권 신공항 사업 부활에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정부가 이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 때 대구 출신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부산ㆍ경남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약속했다. 부산 출신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이번 재추진 결정에는 내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도 고려됐을 것이다. 양대 정당이 모두 공약한 사업을 집권당 정부가 실행에 옮기는 것이니 정치적 반대에 부닥치지는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신공항 건설비를 부담할 국민의 여론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 조사와 타당성 조사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2011년의 판단이 오류였거나 그 뒤의 상황 변화가 신공항 건설을 필요하게 만들었음을 납득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지 않은데도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여서는 국민 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입지를 놓고 지자체들끼리 극한적인 갈등을 빚는 추태가 재연돼서도 안 된다. 특히 정부는 조사용역기관 선정, 용역 결과 판단, 입지의 타당성 조사와 결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조금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될 것이다. 어제 합의까지는 대선 공약의 이행으로 봐줄 수 있지만 오늘부터는 정치적 고려를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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