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돋보기]류현진, 4월 전략 과감히 버려 通했다①

류현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괴물’의 전진은 논스톱이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지난 29일 로스엔젤레스 에인절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며 5월의 끝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지난 한 달을 4월과 비교하며 되돌아본다. 4월 연착륙의 키, 타이밍 류현진은 4월 한 달간 6경기에 선발 등판해 37.2이닝을 던졌다. 성적은 3승 1패 평균자책점 3.35. 성공적인 빅 리그 연착륙이었다. 상승세의 원동력은 다양한 구종 구사.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직구와 체인지업 두 구종에 의존하는 투수였다. 슬라이더, 커브 등을 구사할 수 있었지만 실전에서 던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패턴이 메이저리에서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은 깨졌다. 류현진은 직구(49%), 체인지업(25%), 슬라이더(16%), 커브(10%)를 골고루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투수와 타자가 처음 만나면 유지한 고지를 점하는 쪽은 대체로 투수. ‘생소함’이 곧 무기가 된다. 낯선 투수가 스카우팅 리포트와 다른 투구를 보인다면 더욱 그러하다. 류현진과 같은 왼손투수라면 경쟁력은 더 높아진다. 류현진은 직구(63.8%), 체인지업(69.8%), 슬라이더(67.9%), 커브(63.8%) 등을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 넣으며 타자들을 괴롭혔다. 사실 류현진의 직구에 타자들은 큰 위협을 받지 않았다. 느린 평균 구속(144.7km)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빅리그에서 80이닝 이상을 던진 왼손투수들의 평균구속은 145.1km였다. 문제는 구위였다. 직구의 피안타율과 헛스윙 확률이 각각 0.302와 4.3%에 머물렀다. 류현진은 빈틈을 변화구로 메웠다. 슬라이더(132.5km), 체인지업(128.6km), 커브(113.8km) 등은 각각 다른 구속대를 보이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타이밍을 읽는데 따르는 어려움에 타자들의 헛스윙은 자연스레 늘었다. 체인지업(18.1%), 슬라이더(15.4%), 커브(13%) 모두 위력적인 구종으로 평하는 기준인 헛스윙 확률 10%를 상회했다. 그 덕에 류현진은 4월 한 달간 9이닝 당 탈삼진(K/9) 10.99개를 기록했다. ‘닥터 K’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변화구는 배트에 맞아도 대부분 범타로 연결됐다. 특히 슬라이더는 난공불락이었다. 피안타율이 0.080밖에 되지 않았다. 커브와 체인지업은 각각 0.263과 0.242였다.선택과 집중의 5월5월 상황은 다르게 전개됐다. 마구에 가까웠던 슬라이더가 배팅볼로 전락했다. 피안타율은 무려 0.455. 헛스윙 확률도 6.3%로 줄었다. 그 사이 4월 16%였던 구사 비율은 5월 11%로 감소했다.

류현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사실 류현진에게 가장 큰 고민은 따로 있었다. 직구다. 5월 평균 구속은 4월과 큰 차이가 없다. 144.6km를 찍었다. 제구에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66.8%로 나타났다. 반면 헛스윙 확률은 2.4%로 폭락했다. 타 구단들의 세밀한 전력분석과 타자들이 류현진의 직구 궤적을 파악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올해 빅리그 투수들의 평균이 9.2%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5월 직구 피안타율을 0.262로 낮췄다. 타자들이 체감하는 위력이 떨어졌음에도 피안타율을 끌어내린 비결은 무엇일까. 향상된 커맨드다. 왼손투수인 류현진을 상대하는 팀들은 대부분 오른손 타자 위주로 선발라인업을 구성한다. 오른손 일색인 라인업을 효과적으로 요리하려면 바깥쪽 직구의 제구를 정교하게 가져가면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류현진은 4월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직구의 21.9%를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던졌다. 바깥쪽 존을 살짝 벗어나는 유인구의 비율은 24%였다. 몸 쪽 승부도 적잖게 택했다. 전체 투구의 18.6%가 몸 쪽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갔다. 5월 들어 직구 탄착군은 철저하게 바깥쪽 위주로 바뀌었다. 류현진은 5월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직구의 27.9%를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으로 던졌다. 바깥쪽 유인구의 커맨드에서도 날카로운 면모를 보였다. 전체 투구의 19%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공이었다. 반면 몸 쪽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간 공은 11.5%로 줄었다. 커맨드로 약점을 메워 성공을 일군 류현진. 그러나 직구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29일 에인절스전에서도 그랬다. 68개의 직구 가운데 헛스윙을 유도한 공은 한 개도 없었다.②편에서 계속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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