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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텅빈 '10조' 땅…GBC 지연에 시민불편 증폭 [Why&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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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서울시 최고 층수 이견에 사업 '답보'
공정률 약 5%, 착공 4년 지났지만 초기 단계
사업 더뎌 통행 불편, 재산권 침해 장기화
공공기여 '105층 전망대' 불투명,
"문화적 가치 고려한 랜드마크 조성 필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들어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의 최고 층수를 두고 현대차와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맞붙은 가운데, 사업 속도 저하로 시민들의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통행 등 단순 불편을 넘어 재산권 침해와 인프라 이용 제한 등의 문제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GBC 최고 층수에 대한 현대차와 시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사업이 답보하고 있다. 현대차는 GBC 메인 빌딩을 기존 105층 1개 동에서 55층 2개 동으로 낮춰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시는 원안을 고수하며 현대차가 지난 2월 제출한 설계 변경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시는 2016년 현대차와의 사전협상에서 105층 건립을 전제로 용적률 상향, 공공기여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만큼, 55층 건립은 ‘중대한 변경’으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GBC는 현재 흙막이 공사 완료 후 굴토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률로 따지면 5% 안팎이다. 통상 공정률은 ‘기본도급액’을 ‘완성공사액’으로 나눈 값으로 추산한다. 지난달 공시된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공정률은 5.27%(944억9800만원/1조7922억8000만원),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4.96%(381억3600만원/7681억2000만원)다. 착공(2020년 5월)에 들어간 지 4년이 지났지만, 시공 가장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계 변경안 등에 대한 시 인허가가 늦어지며 공사가 지체되고 있다.

10년째 텅빈 '10조' 땅…GBC 지연에 시민불편 증폭 [Why&Next]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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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

공사 기간이 길어지며 시민의 불편은 점차 커지고 있다. 삼성동의 H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공사 차량이 오가고 GBC와 맞물려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사로 차로마저 줄어들어 교통 불편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업지 인근에 위치한 Y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현대차가 해당 부지를 매입한 지 10년이나 된 만큼 인근 주민들은 더 이상 사업이 지연되지 않고 하루빨리 완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핵심 부지를 빈 땅으로 남겨두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는 비어 있을 때 가치가 가장 낮다. 개발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강남 핵심 사업지를 유휴부지로 계속 두는 것은 사회 전체로 봤을 때 손실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관련 규제가 인근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규제가 ‘토지거래허가제’다. 시는 GBC,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교류복합지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앞두고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2020년 6월 사업지 인근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기준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윤 전문위원은 "최근 이들 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것은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한 시장 왜곡 현상"이라면서 "신속한 사업 진행으로 이런 문제가 해소가 돼야 주민들도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년째 텅빈 '10조' 땅…GBC 지연에 시민불편 증폭 [Why&Next]

기부채납도 차질…"단순 높이·경제적 가치보다 문화적 가치 우선돼야"

GBC 개발이 답보 상태에 처하면서 현대차의 기부채납(공공기여)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인프라 구축에 따른 혜택을 그만큼 늦게 보는 것이다. 함인선 한양대 특임교수(광주광역시 총괄건축가)는 "GBC 사업과 영동대로 지하공간 개발 등은 모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관돼 있어 GBC 공사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해당 사업으로 수혜를 볼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대차가 초고층 랜드마크를 짓는 조건으로 기존 3종 일반주거지역이던 GBC 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세 단계 종 상향해줬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은 250%에서 800%까지 올라갔다. 현대차는 늘어난 개발 이익 일부를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잠실 종합운동장 리모델링 등으로 환원키로 2016년 시와 협상했다.


대표적 공공기여인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은 영동대로 지하에 GTX를 이용할 수 있는 통합역사와 버스 정류장, 공공·상업시설을 갖춘 복합환승센터를 연면적 16만㎡ 규모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상에는 폭 70m, 길이 250m의 광장이 들어선다.


시와 현대차 간 논란의 중심에 선 ‘105층 전망대’도 공공기여에 포함돼 있다. 현대차가 건물 높이를 55층으로 낮춤으로써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와 관련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민간 기업에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 건립을 강제할 수 없다고 보지만, 기존 합의한 공공기여(전망대)의 가치가 떨어졌다면 그에 상응한 인센티브는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전망대에는 경제적 차원을 넘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화적·정신적 가치가 있는데 일방적으로 다른 방식의 공공기여를 하겠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파리 ‘루브르 박물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낮더라도 상징성이 큰 랜드마크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기여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GBC 디자인 변경안에도 기존 공공기여 규모와 맞먹는 전망대, 전시·컨벤션, 공연장 등 조성 계획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105층 전망대에 대해서는 "단순 높이가 아닌 조망 요소, 운영 콘텐츠 등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전망대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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