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에서 우리나라가 수출한 바라카 원전 2호기의 착공식이 열린 어제 한국에선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두 곳의 가동이 중단됐다. 국가적 망신이다. 착공식에 참석했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일정을 단축해 귀국했다. 제품 시험결과가 조작된 불량부품 때문이라는 가동 중단 사유는 더 어이없다.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부품 납품에 이어 시험결과를 위조한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또 드러났다. 더구나 문제가 된 제어 케이블은 원전 사고가 날 경우 원자로 내 핵연료 냉각을 막고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 않도록 안전 설비에 차단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설비다. 지난달 내부 제보가 있어 밝혀냈으니 망정이지 방사능 물질 유출 차단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당장 전력수급이 문제다. 현재 원전 23기 중 정기점검 중인 곳을 포함한 10기가 멈춰 서 있다. 어제 가동 중단된 두 곳 모두 발전 용량이 각각 100만㎾다. 200만㎾는 인구 18만여명인 안성시가 사용하는 전력량의 두 배에 해당한다. 벌써 기온은 여름 날씨인데 넉 달 동안 수리해야 가동할 수 있다니 여름나기가 위태롭다. 주도면밀한 대책을 세워 실행해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산업계에 조업시간을 조정토록 하는 등 지난해보다 강도 높은 수요감축 대책을 쓸 수밖에 없어 경기회복세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 대외신인도 하락도 불가피해 보인다. 부품인증서부터 시험결과 조작까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부실은 향후 해외원전 수주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경쟁국인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춤했던 전열을 정비해 인도 원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상태다. 이번에 부품 시험결과를 위조해 합격시킨 곳은 부품 검증을 맡은 국내 시험기관이다. 불량품을 가려내랬더니 되레 도운 셈이다. 부품 제조사-부품 검증기관-시험성적서를 감수한 한국전력기술-한국수력원자력에 이르는 '원전 마피아' 조직에 대한 대수술이 요구된다.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관련자는 형사처벌해야 마땅하다. 2013년 5월28일을 '한국 원전 국치일'로 정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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