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의 골프영어산책] '골프와 섹스는?'

골프란 '남자'라는 골퍼와 '여자'라는 코스가 합쳐져 만들어낸 게임이다. 골프와 섹스의 공통점은 넣으려는 공격자와 받아들이는 수동자가 일치할 때 심금을 울리는 '땡그랑'소리가 울려 퍼진다. 두 종목 모두 구멍(?)에 넣는 흥미 있고 유쾌한 게임인데다가 홀을 중심으로 환희와 좌절 그리고 한탄 등 백팔번뇌가 교차한다. 홀 사이즈를 108mm로 만들어 놓은 것도 절묘하게 일치한다. 퍼팅이나 섹스를 할 때처럼 한 바퀴 돌고 들어가거나 먼 곳에서 친 공이 빨려 들어갈 때는 무쇠 홀에서 나는 요염한 소리가 극치를 이룬다. '땡그랑'하는 절정의 소리는 마치 여자가 토해내는 '사랑의 교성' 같다고 해 영어로는 '코케티시 보이스(coquettish voice, 요염한 목소리)'로 표현한다. 땡그랑 소리를 내게 한 골퍼는 기쁘고 신이 나서 '이피(Yippee, 만세)!'를 연발한다.이와는 대조적으로 환상적인 극치를 경험하지 못하고 매번 짧은 퍼트로 공이 홀 앞에 서는 마음 약한 골퍼도 많다. 홀에 미치지 못하면 공이 홀에 들어갈 기회조차 없어 '네버업(never up), 네버인(never in)'이라는 명언까지 탄생했다. '남성의 성기(cock)가 발기(erect)되지 않으면 여성의 홀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로 변용되기도 한다. 물론 여성 골퍼와 라운드하면서 이 말을 반복하면 추방당할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미국인들은 퍼트가 짧은 골퍼를 두고 "You are a chicken(너는 겁장이구나)!"이라며 '겁이 많은 닭'에 빗대어 놀리기도 한다. 한국 골퍼들이 자주 사용하는 '공무원 퍼팅'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런 문장 역시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모멸감을 줄 수 있으니 윗사람이나 연장자에게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홀 앞에서 공이 멈추다 보니 보기(bogey)를 하는 횟수가 당연히 많아지는데 한국에서는 "보기만 한다"고 해서 '변태(변태성욕자)'라고 한다. 미국 골퍼에게 그대로 번역해 '퍼벗트(pervert)' 또는 '킨키(kinky)'라고 했다가는 주먹이 날아올 수도 있다. 영어에서는 기차의 객차가 이어져 있는 모습과 같다 해서 '보기 트레인(bogey train)'이라고 한다. 골프라는 스포츠는 무궁무진한 유머를 탄생시키는 우물과 같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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