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회사는 늘상 "직원과 함께"라고 말한다. 그러나 직무 발명 등 각종 원천 기술, 특허 등을 개발해 엄청난 이익을 얻고도 이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주 분쟁이 발생한다. 회사와 직원간에 특허를 통해 얻은 수익과 서로의 기여도에 계산하는 방법에 의견 차가 크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직무발명을 한 직원이 퇴사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직원 입장에서 정당한 권리를 보상받을 길이 현실적으로 소송밖에 없다.지난 2004년 삼성전자의 '문자입력 코드 발생장치 및 방법'(일명 '천지인 한글 입력방식') 특허에 대해 삼성전자를 퇴사한 최모씨가 제기한 소송 이후 관련 소송을 갈수록 줄을 잇고 있다. 이런 경우는 우리 기업들이 특허 등 지적재산권 관리에 얼마나 전근대적인 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MP3 플레이어'가 '아이팟'을 거쳐 '아이폰'을 만든 원천기술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또한 아이폰이 한국에서 사장된 여러 기술들을 끌어모아 만들어졌다는 게 애플의 경영자 '팀쿡'의 고백이다. 우리는 훌륭한 기술과 특허를 두고도 이를 제대로 관리, 발전시키지 못 해 엄청난 로열티를 외국에 물고 있다. 지금 애플 대 삼성의 글로벌 기업 전쟁은 '특허'를 둘러싸고 펼쳐진다. 그 와중에 두 기업은 휴대폰 시장의 전체를 양분하고 있으며, 기존의 모토로라, 노키아, LG 등은 겨우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로 전락했다. 이런 특허의 소용돌이를 이해하지 않고는 오늘날 세계 경제의 흐름을 말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특허 출원건수는 2011년 총 17만8924건으로 중국 52만6412건, 미국 50만4089건, 일본 34만2610건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외형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특허 선진5개국에 들어간다. 그러나 기업이나 연구소의 특허 가운데 상당수가 사용되지 않는 '휴면 특허', 혹은 '깡통특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도 주요 특허강국과의 기술무역 적자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특허 및 상표권 등 국가간 수출입 규모는 2005년 29억달러 적자에서 2010년 68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서 우리는 경제 생존을 책임질 특허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허를 생산해내는 연구원 및 기업 종사자, 그를 관리해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기업, 특허 등 창의성 발현을 돕는 국가와 사회가 인식을 전환해야만 글로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특허전문가인 전기억, 이원일, 김종선 등이 공동 저술한 '특허부자들'은 특허의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를 제시해주고 있다. 일반인들도 특허를 만들어내지 못 하더라도 '특허 투자'라는 새로운 투자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저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대목은 이제 특허가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이나 발명을 알지 못 해도 특허 비즈니스에 참여할 수 있고, 돈을 벌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주장은 파격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허가 금융과 결합함으로써 각종 펀드 등을 통해 투자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됐다. 따라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전통적인 투자처 대신 특허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볼만 하다고 권유한다. 그러나 특허 투자는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다. 투자 옥석을 제대로 구분할 줄 안목이 요구된다. 이 책은 투자에 앞서 특허 시장을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알아야할 것들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또한 직장내에서 훌륭한 직무발명을 하고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직장인이 취할 수 있는 방법도 충실하게 안내해 준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책이 일반 투자지침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 새로운 투자 모델의 가능성만 아니라 특허환경을 둘러싼 세계 기업들의 흐름을 자세히 짚고 있다. 따라서 그 자체로 경영전략이자 마케팅이며 생존 혁신인 특허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특허부자들'/전기억, 이원일, 김종선 지음/타커스 출간/값 1만6000원>이규성 기자 peac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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