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부무가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엔저 유도 정책에 견제구를 던졌다. 지난 주말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이 선진 7개국(G7) 회의와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합의된 약속을 지키도록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 약속은 '각국이 국내 목표를 국내 정책수단으로 추구하는 데 그쳐야지 대외 경쟁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환율을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하거나 환율에 목표를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환율보고서는 일본의 엔저 유도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가 '용인'에서 '견제'로 바뀌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속내는 간단하지 않다. 사실 이번 보고서 자체도 일본의 엔저 유도 정책을 꼭 집어 문제삼은 건 아니다. 아베노믹스(아베 정부의 경제정책) 전체에 대해 '그 목적이 경기부양에 있는지 통화가치 약세에 있는지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경고했을 뿐이다. 일본 정부는 당연히 아베노믹스는 경기부양이 목표이고 엔저는 시장의 반응에 따른 부산물이라는 답변을 반복할 것이다. 게다가 이번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요청을 정식으로 수락한다고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아베노믹스에 대해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엔저에 대한 자국 산업계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는 아베노믹스를 비난해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패권 경쟁의 측면에서는 TPP에 대한 일본의 참여와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므로 아베 정부를 심하게 몰아붙일 수 없다. 그러니 아베노믹스가 초래하는 엔저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엔저 견제에 나섰다고 해서 미국에 기대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아베노믹스가 엔저의 직접적인 원인이고, 그로 인해 수출 경합국인 한국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널리 알려야 한다. 마침 오는 18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린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 조정 문제로 대립한 바 있지만, G20 회의에 가서는 과도한 엔저에 대한 국제사회의 통제를 한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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