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결국 박주영(셀타 비고)이 제외됐다. 최강희 대표팀이 4일 발표한 A대표팀 23인 명단에서 그의 이름은 없었다. 박주영이 월드컵 예선전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지난해 5월 3차 예선 카타르-레바논전 이후 10개월 만의 일이다. 당시엔 병역 기피 논란이 결정적 이유였다. 사실상 경기력 및 전술적 이유로 박주영이 배제된 것은 지난해 2월 최강희 호 출범 이후 처음인 셈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최 감독은 이날 "코치들과 상의 끝에 어제서야 박주영의 제외를 결정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상대에 따라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지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울러 "최종예선 첫 두 경기에서도 박주영은 없었다"라고 말한 뒤 "이젠 다른 선수들로 어떻게 경기를 치를지가 중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대표팀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와 2014 브라질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치른다. 승리가 간절한 경기다. 현재 한국은 2승1무1패(승점 7)로 조 2위다. 우즈베키스탄(승점 8)에 선두를 내줬고, 3위 이란과 4위 카타르에는 골득실로 간신히 앞섰다. 카타르전 무승부나 패배는 곧 위기를 의미한다.
특히 이번 경기는 홈에서 열려 상대가 극단적 수비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승리를 위해선 무엇보다 예리한 창끝이 필요하다. 공격의 밑그림은 크게 두 가지다. 원톱 아래 세 명의 미드필더를 세워 전방에서의 유기적 움직임을 활용해 밀집 수비를 무너뜨린다. 혹은 미드필더를 한 명 줄이고 투톱으로 상대 수비진에 직접 부담을 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 전반에 원톱, 후반에 투톱 전술을 실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최 감독은 박주영의 제외를 두고 "현재 미드필드에도 충분히 좋은 경기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라고 언급했다. 손흥민(함부르크)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이근호(상주) 등은 측면과 원톱 아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즉 원톱 체제를 가동할 경우 박주영의 위치는 최전방이 아닌 그 아래가 되겠지만, 그를 대체할 선수는 충분하다는 뜻이다. 투톱 체제에서도 박주영은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투톱 전술의 파괴력은 두 공격수 간의 호흡이 관건이다. 이동국과의 공존은 여전히 해결 못한 숙제다. 또 다른 공격수 김신욱과도 발을 맞춘 시간이 길지 않다. 결국 현재로서 박주영은 최 감독이 구상 중인 전술 아래에서 그 활용폭이 제한적이다. 떨어진 경기력 역시 문제다. 박주영은 최근 소속팀 10경기에서 6경기(선발 3회) 출전에 공격 포인트는 도움 1개에 불과했다. 대표팀에서도 2011년 11월 아랍에미리트전 이후 1년 넘게 득점이 없다.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분위기'다. 최 감독은 "훈련 시간이 짧은 대표팀이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선 좋은 분위기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국-박주영이 동시 발탁될 경우 또 다시 둘의 공존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다. 그들을 향한 불편한 시선은 팀 전체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더불어 박주영이 빠지면서 그의 빈자리를 꿰차기 위한 대체자들의 동기 유발와 경쟁도 극대화된다. 이처럼 최 감독으로서 박주영의 제외는 여러 요소를 고려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결코 포기하기 쉽지 않은 카드임에도 내린 결단. 그 선택에선 카타르전을 향한 결의의 무게감도 엿볼 수 있다.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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