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풍운아' 이천수가 K리그 클래식 무대로 돌아왔다. 2년 8개월의 우여곡절 끝에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재기를 꿈꾸는 그를 향한 시선에는 물음표가 붙어있다. 30대에 접어든 나이, 긴 공백기, 과거의 행적 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반대로 그가 머잖아 '한국 축구 최고의 재능'이란 과거의 수식어를 되찾으리란 목소리도 적잖다. 이러한 낙관론엔 근거가 있다.▲철저한 몸관리이천수의 현재 체중은 67~68㎏이다. 2011년 J리그 오미야 아르디쟈에서 뛰던 당시와 같은 몸무게. 운동선수가 긴 공백기를 거치면 몸이 갑자기 불어 예전 기량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가 무적 신분일 동안에도 철저한 몸 관리를 했다는 뜻이다. 이천수는 "쉬는 동안 혹사라 해도 좋을 만큼 개인 운동 많이 했다"라며 "최근 2㎏ 정도를 더 감량해 몸이 가장 좋을 때의 체중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몸 상태는 70% 정도"라며 "이르면 4월 쯤 복귀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궁합이 맞는 지도자-선배김봉길 인천 감독은 이천수의 부평중-부평고 선배이자 같은 인천 출신이다. '덕장'으로 불릴 만큼 온화한 성품으로도 유명하다. 긴 방황에서 돌아온 제자를 따뜻하게 품어줄 존재다. 이천수는 "워낙 부평고 선배분들이 후배들에 대한 정이 많으신데다, 감독님은 배려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가득하신 분"이라며 "구단 시스템도 유럽식으로 많이 바꿔놓으셔서 운동하기에 정말 편하다"라고 전했다. '큰형' 설기현과 김남일도 마찬가지다. 이천수는 "기현이형은 원래 따뜻한 성격이고 결혼을 일찍 해서 그런지 너그럽고 여유가 있다"라며 "대표팀 때부터 잘 맞았던 사이"라고 털어놨다. 김남일은 얼마 전엔 다른 동료들과 빨리 친해지라는 의미로 사비까지 털어 식사 자리를 마련해줬다. 이천수는 "남일형이 잘 챙겨준 덕분에 후배들도 부담없이 내게 다가올 수 있었다"라며 고마워했다. ▲지피지기(知彼知己)이천수에 대한 가장 큰 궁금증은 역시 "과연 예전만큼 뛸 수 있을까?"다. 전성기 시절 그의 최대 장점은 다름 아닌 엄청난 운동량이었기 때문. 서른하나의 적잖은 나이에 오랜 무적 신분 생활은 이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하기 충분하다.이천수의 생각은 단호했다. "내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를 되돌아보면 죽기 살기로 뛰었을 때"라며 "대표팀에서 뛸 때도 호흡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공이 오면 다시 뛰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 스스로 그 점을 잘 알고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그 점이 자신을 향한 부정적 목소리를 바꿀 유일한 열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천수는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1년 2개월 축구를 쉬었던 고통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축구 인생을 걸고서라도 한발 더 움직이며 뛰어다닐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다른 장기인 프리킥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이를 위해 축구화 갑피, 잔디 조건 등은 물론 김현태 코치와 함께 골키퍼 심리 등을 세세하게 연구하고 있다. 복귀전에서 프리킥 골을 넣고 인천팬들에게 안기는 세리머니도 꿈꾼다. 그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라며 "오늘부터 프리킥 연습량을 더욱 늘려야겠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달라진 자세이천수는 그동안 끊임없는 돌출행동으로 비난의 중심에 서 있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그는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라며 웃어보인 뒤 "내가 워낙 승부욕이 강하다보니, 지는 상황에서 멘탈이 무너지는 실수가 잦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쉬는 동안 내가 하지도 않은 말들이 기사로 나가 언론 플레이로 비춰지더라"라며 "그런 상황을 보며 힘들기도 했고, 그렇게 만든 나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다"라고 한숨 쉬었다.그러면서도 "이젠 성장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구단에 얘기해 많은 인터뷰에도 성실히 임할 생각이고, 한 명이 팬이라도 더 경기장을 찾을 수 있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천은 내 마지막 팀이 될 것"이라며 "얼마나 더 뛸지는 모르겠지만 은퇴할 때까지 운동 뿐 아니라 지역 사회 공헌에도 많은 힘을 쏟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라며 "입단식에서도 얘기했듯이 존경받는 선배, 인정받는 후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예전의 이천수는 아니라는 점이다. 남은 것은 그라운드에서 달라진 자신을 증명하는 것뿐이다.전성호 기자 spree8@정재훈 사진기자 roz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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