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나도 그렇게 본다."냉정한 자기 인식이었다. 25일 강원 클럽 하우스에서 만난 김학범 강원 감독은 팀이 최약체란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강원은 지난 시즌 14위로 간신히 K리그 클래식에 잔류했다. 바꿔 말하면 살아남은 팀 가운데 최하위였다. 올해는 최대 세 팀까지 2부 리그로 강등된다. 열악한 재정 탓에 선수 보강을 맘껏 하지 못한 강원. 전북에서 영입한 진경선을 제외하면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선수는 없다. 다른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로 전력을 꾸린 셈. 자연스레 유력한 강등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는 "모든 지도자, 언론, 전문가, 심지어 나조차도 강원과 대전을 강등 후보 1순위로 꼽는다"라며 "선수 자원이 부족하다보니 내가 원하는 축구를 펼치기도 어렵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가장 큰 고민은 빈약한 허리 라인. 김 감독은 "지난해 미드필드가 부실해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신인 위주로 구성돼 시즌 초반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했다.일찌감치 백기를 든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김 감독은 "나부터 제대로 현실을 봐야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시즌 개막 전 하위권 구단이 으레 말하는 상위 스플릿 진출, FA컵 우승 도전 따위의 허세는 없다. 목표는 오직 하나, 1부 리그 잔류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고 모든 힘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존을 위한 키워드는 신·구의 조화다. 김은중·진경선·전재호 등 30대 노장 선수들이 선봉에 선다. 그 뒤는 올해 드래프트 1순위 이준엽을 비롯해 이창용·이종찬 등 신인선수들이 따른다. 이들이 만들어낼 조직력은 빈약한 스쿼드를 상쇄시켜줄 힘의 근원이다. 팀 컬러에도 변화를 가한다. 패배주위에 물들어 뒷걸음질 치던 예전 모습은 더 이상 없다. 그는 "매 경기 쉽게 지지 않는 끈적끈적한 팀이 될 것"이라며 "진돗개처럼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을 만큼 절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겨울 동안 수비 위주 전술은 한 번도 훈련하지 않았다"라며 "앞 선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펼치며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생존하는 것은 물론, 달라진 모습으로 강원도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단 각오다. 김 감독은 "강원도는 축구에 대한 열기가 남다른 곳"이라며 "그동안 무력하게 지는 경기가 많아 팬들이 많이 떠났는데, 좋은 성적으로 축구붐을 조성해 프로축구에서 새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라며 '꼴찌의 반란'을 예고했다.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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