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FC서울 F4', 그들이 떠나지 않는 이유(인터뷰①)

[구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는 '용병'이라 불린다. 원론적 의미는 승리를 위해 고용된 외인(外人). 이 때문에 언제든 팀을 떠날 수 있다. 국내 선수조차 매년 팀을 바꾸는 곳이 요즘 축구계. 외국인 선수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예외는 있다. 데얀·아디·몰리나·에스쿠데로의 '외국인 F4(판타스틱 4)'다. 이들이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햇수의 합은 올해 포함 19년이다. 복수의 외국인 선수가 이토록 한 팀에서 오래 뛰는 건 K리그 역사상 유래를 찾기 어렵다. 아디는 외국인 선수로선 보기 드문 '원클럽 맨'이다. 2006년부터 8년간 줄곧 서울에서 뛰었다. 외국인 선수 최다 출장 기록(231경기)이 그의 몫일 정도.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데몰리션 듀오도 잔뼈가 굵다. 데얀은 여섯 번째, 몰리나는 세 번째 시즌을 각각 서울에서 보낸다. '막내' 에스쿠데로는 3년 장기 계약으로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각국 대표팀 출신에, 유럽 명문 클럽을 거쳤을 만큼 출중한 기량을 갖췄다. 자연스레 수많은 팀과 리그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몇 번 흔들렸지만 4명의 선택은 늘 한 곳으로 귀결됐다. 서로 사이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들을 오랫동안 하나로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네 선수의 짧은 수다 속에 그 단서가 녹아있다.
데얀: 글쎄, 무엇보다도 FC서울이란 브랜드 자체가 갖는 힘이지. 어떤 나라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클럽이 어디겠어? 일본은 우라와, 중국은 광저우, 한국은 FC서울이잖아. 다른 팀이 우승할 수도, 돈이나 좋은 선수가 더 많을 수도 있어. 하지만 한국에서 제일 큰 클럽이 FC서울이란 점은 변하지 않아. 가장 많은 서포터즈가 있고, 한국 최고의 선수들이 있지. 그들과 함께 비전을 그릴 수 있다는 건 다른 어떤 K리그 클럽엔 없는 장점이야. 몰리나: 서울이란 도시 자체도 하나의 이유지. 특히 우리 같은 외국인 선수는 가족들의 생활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잖아. 서울은 한국의 수도고, 외국인이 살기엔 최적의 도시야. 구단도 우리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면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고. 또 데얀 말대로 서포터즈는 정말 최고야. 쫓겨나지 않도록 잘 해야겠단 생각 밖에 안 들어. (웃음)아디: 맞아. 한국만큼 치안 좋은 나라도 없지. 그리고 브라질에서도 이렇게 지원을 잘해주는 구단은 드물어. 가족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것도 서울에서 뛰는 큰 이유 중 하나야. 그건 다 마찬가질 걸? 우리 딸은 한국말도 엄청 잘해. 또 내 경우엔 한 팀에서 오래 뛰다보니 동료들과도 끈끈한 관계가 됐고. 난 곧 은퇴하겠지만 너희들은 나보다 더 오래 서울에서 뛰었으면 좋겠어.에스쿠데로: 예전부터 서울이란 팀을 잘 알았어. 최용수 감독님은 J리그에서도 유명했고, 몰리나는 클럽월드컵에서 뛰는 걸 봤지. 데얀과 아디도 익히 소문을 들었고. 그래서 처음 서울에서 제안이 왔을 때 솔직히 가슴이 떨렸어. 막상 와보니 한국 선수들도 정말 잘해주더라. 그리고 외국인선수끼리 이렇게 잘 지내는 거,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야. 국적도, 언어도, 성격도 전부 다른데 말야. 처음엔 정말 신기했어. J리그만 해도 외국인 선수끼리 사이 안 좋은 경우가 되게 많거든.
데얀: 그건 아디의 역할이 제일 커.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영어 전부 다 잘하잖아. (에스쿠데로 머리를 만지며) 얜 아디 아들 같아. 아디: 내가 할 줄 아는 언어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너희들한테 많이 맞추는 편이지 .몰리나: 경험적인 면도 있어. 난 브라질, 아르헨티나 리그에서를 겪어봤고, 아디와 나는 세르비아에서도 뛴 적이 있어서 데얀의 문화도 알지. 그런 게 잘 섞여 서로를 이해하다보니 좀 더 쉽게 좋은 사이가 된 것 같아.데얀: K리그에서 뛰는 동안 정말 많은 제안을 받았지.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 많이 주는 곳에서 뛴다'란 생각을 했어. 프로 선수니까. 그런데 이젠 달라. 초점이 돈에만 있지 않지. 나와 가족이 가장 행복한 곳에서 뛰어야 해. 다른 나라에 가면 삶의 방식도 문화도 다 바뀌어서 여간 힘들지 않아. 서울에서의 생활에 정말 만족해. 물론 서른두 살이나 되기도 했고. (웃음)몰리나: 동감해. 난 그동안 8개국 리그에서 뛰어봤잖아. 그 중 한국에 온 게 가장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아. 나와 아내, 아이들 모두 한국을 제2의 고향처럼 편하게 생각해. 가정이 안정되다보니 운동장에서의 플레이도 잘 되고. 그래서 K리그에 오래 남기로 결심했지.아디: 음. 난 너희들처럼 생각할 시기는 이미 지난 것 같다. 은퇴를 준비할 나이잖아? (데얀: 에이, 10년은 더 뛸 수 있을 텐데?) 어휴. 아무튼 난 한국에서 은퇴할거야. 금전적으로 더 큰 제안도 있었지만 프로 선수로서 이만한 지원과 생활을 누릴 곳은 찾기 힘들거든.에스쿠데로: 여긴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 훈련장이나 경기장 가는 길이 파티 가는 기분이라니까. 얼마 전 3년 계약을 맺었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서 더 오래 오래 이 팀에 남고 싶어. 데얀&몰리나: 그래. 넌 젊으니까. 좋겠다! 전성호 기자 spree8@정재훈 사진기자 roz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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