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사다리’ 장학사 장사

충남도교육청 전문직 시험문제 유출, 조직적 뒷거래…서울 인천에서도 벌어져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충남교육청 전문직(장학사) 시험과정에서 시험문제가 유출된 사건과 관련, 교육청 안에서 직원과 장학사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충남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등에서도 교육청의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깨끗한 곳이 돼야 할 교육계가 왜 이렇게 비리의 온상이 됐을까? ◆전문직 시험이 뭐길래=이번에 문제가 된 전문직 시험은 15~17년 이상의 교사들이 장학사가 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다. 준비 기간만 5년 이상 걸릴 만큼 교육계에선 ‘또 다른 고시’로 불리고 있다. ‘7수’ 이상을 한 교사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이렇게 교사들이 이 시험에 필사적인 이유는 합격만 하면 고속 승진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장학사는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라 5년 이상 근무하면 교감·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장학사 경력이 없는 평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는 데 25년 이상 걸리는 것에 비해 ‘초고속 승진’이다. 교육청의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것도 가능하다. 충남도의 한 장학사는 “일반적으로 일선 교사가 교장으로 승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자리가 적어 기회가 거의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더 빠른 승진을 위해 교육전문직(장학사·교육연구사)이 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선 전문직 시험이 끝나면 항상 “누가 누구를 밀어준 게 아니냐”는 루머가 퍼지는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충남교육청의 장학사, 교사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부정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수사망에 포착된 주범 격은 모두 3명이다. 장학사 선발 업무 담당인 조모(52) 장학사, 감사 업무 담당인 김모(50) 장학사 등 2명에다 지난달 이미 구속된 태안교육청 소속 노모(47) 장학사는 작정하고 장학사 시험문제를 유출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장학사 시험 공고를 앞뒤로 시험 응시자 가운데 시험 문제를 제공할 사람을 미리 ‘선발’했다. 기준은 응시자 중 친한 지인이나 동아리 선후배,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 교사 등으로 추려냈다. ‘보안’을 지킬 수 있는 이들로 고른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매년 선발하는 ‘으뜸 교사’ 모임도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시험 문제를 미리 만들어 선별된 응시자들에게 전달했다. 이어 이들은 미리 만든 시험 문제가 실제 시험에 출제되도록 출제 위원에게 접근해 출제 위원장과 출제위원 1명을 끌어들였다. 출제위원장 등은 돈을 받고 일부 수험자들에게는 사실상 ‘기출문제’를 시험 문제로 출제했다.시험 문제를 전달받은 사람은 확인된 사람만 17명이다. 이 중 중등 장학사가 15명이고 초등 장학사가 2명이다.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을 문제 입수 댓가로 줬다. 시험 합격자들이 장학사들에게 건넨 돈은 총 2억6000만원이다.경찰은 구속된 장학사들의 윗선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경찰이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종성 교육감을 소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서울, 인천도 승진 돈거래=돈을 주고 받는 교육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당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1억4600만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공 전 교육감은 최측근 간부 2명한테서 요직발령 사례금 5900만원을 받았고 서울시 지역교육청 교육장 등 다른 시교육청 관계자 6명에게도 8700여만원을 받았다. 공 전 교육감은 측근 인사 5명이 교장과 장학관 승진을 청탁하자 시교육청 인사업무 담당자에게 승진 서열을 조작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같은 해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인사 담당 장학관으로 근무할 때 “장학사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해주겠다”며 응시자 3명에게서 뇌물을 받은 것이 들통났다. 최근에는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측근 등의 승진을 위해 근무성적평정에 부당개입하고 관련 서류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나 교육감은 지난 2010년 상반기부터 2011년 하반기까지 세 번에 걸쳐 자신의 측근을 승진시키기 위해 근무성적평정을 조작해 점슈를 높이는 방법으로 승진순위를 고쳤다.“앞으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는 한 교사의 한숨이 교육계의 어두운 실상을 보여 준다.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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