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과 방사선 안전관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방사성물질은 병원에서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된다. 또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연구의 수단으로 또 산업체 등에서 이용이 날로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방사선 안전관리도 이제 전 국민과 직결되는 문제로 부상했다. 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에 오염된 정도에 따라 사용후핵연료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로 구분된다. 오염도가 낮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경주에 처분 부지를 확보해 오랜 숙제가 해결됐지만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아직 뾰족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은 글자 그대로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핵연료를 저장하는 시설을 말한다. 중간이라는 말은 최종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용후핵연료가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폐기물로 간주되어 처분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용후핵연료 내의 유용자원을 회수하여 재활용하고 나머지만을 폐기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가능성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폐기물로 처분하자니 아깝고 재활용하자니 핵확산방지정책에 위배되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지금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ㆍ미원자력협력협정에 따라서 기술개발의 수위가 조절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당장 재활용을 선언할 수도 없다. 이러는 사이에 원전 내에 사용후핵연료 소내저장조가 채워지고 있다. 소내저장조는 보통 10년분을 저장하도록 설계되는데 이보다 오래 가동한 원전의 경우 저장간격을 좁히고 그것도 부족하다면 소내저장조의 여유가 있는 새 원전에 옮겨서 보관한다. 그렇다고 원자력발전을 중단할 수도 없다. 이미 원자력발전은 우리사회에서 떼어낼 수 없을 만큼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위험해 보인다고 해서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마녀사냥식으로 원자력발전의 중단을 선언하는 것은 더 위험한 발상이다. 원자력발전으로 인하여 값싼 산업용 전기가 산업부문에 보급됨에 따라서 수출산업의 경쟁력이 확보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자력발전으로 인하여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억제된 것 역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전력이라는 에너지는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이루어지는 에너지이다. 전력의 수요에 맞춰서 공급 능력을 미리 확보해두지 않으면 전기가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동계와 하계 전력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전 국민을 춥고 덥게 만들고, 산업용 설비의 가동중단을 독려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갑자기 설비를 늘릴 수 없는 것이다. 주인의식 없이 비판만 하는 경우가 아니라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입장에서는 당분간 혹은 미래에도 원자력발전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의 건설이 시급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조만간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될 것이다. 원자력 전문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각계각층의 대표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많은 국민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이는 국민의 공감대를 토대로 원자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시도이다. 공론화를 위하여 정부의 조직이 갖춰지고 예산이 투입되면서 공개적이고 개방적인 행정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런 국가적인 사업이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 없이 올해 반드시 결실을 맺기 바란다. 정범진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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