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지주회사 전환 '반대'···朴 공약따라 '시범케이스'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구채은 기자, 주상돈 기자]'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동아제약 지주사 전환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올해 국민연금의 재계 영향력이 '핵폭탄'급으로 막강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동아제약 사안처럼 기업의 지배구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안건은 물론, 인수·합병(M&A), 배당 등에 있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25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고 동아제약의 회사 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동아제약이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영업이익의 50%를 넘게 내는 박카스 사업을 비상장회사에 넘길 경우 이익이 지배주주에게 몰려 주주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다. 동아제약 측은 국민연금의 '예상 밖' 결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가 이번 반대 결정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것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기업 수가 222개사에 달하는 '막강파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뒤 처음 내려진 것인데다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필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새 정부 출범시 국민연금의 행보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동아제약 지주사 전환 반대의사 표시 정황 역시 재계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이 반대를 한다고 반드시 부결되는 상황이 아님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부결여부와 관계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내 상장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거세질 대로 거세졌다. 국민연금은 신한지주·제일모직·하나금융지주·KB금융·KT·POSCO의 최대주주다. 또 삼성전자를 포함해 시가총액 상위 6개 기업의 2대주주이자 9%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LG전자·SK하이닉스·하나금융지주·CJ제일제당 등 6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을 비롯해 중견기업이나 코스닥 기업까지 포함하면 국민연금이 2대주주로 올라서 있는 기업수는 2011년 기준 113개다. 오스템임플란트를 비롯, 농심과 삼광유리, 빙그레, 인터파크, 한국콜마 등 향후 시장확대를 위해 투자와 M&A 이슈가 많은 기업들의 경영에서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 수의 경우 2009년 84개에 불과했지만 2012년 11월 말에는 무려 3배에 가까운 222개사로 급증했다. 현재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이거나 1대주주 자리를 노리고 있어 앞으로 국민연금의 입김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주식투자 비중 20%를 유지하는 것을 가정할 때 주식시장 지배력이 2011년 5.4%에서 2020년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565개 안건(기업 수로는 641곳) 가운데 436건(17%)에 대해 국민연금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2011년 7.03%에 불과했던 반대의견이 최근 급증했다는 점은 국민연금이 그만큼 주주권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관련 찬반 양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주가치 향상에 위배되는 기업의 전횡을 견제하는 수단이라는 긍정적 역할에는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기업경영활동의 자율성 침해 등 자칫 관치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주식시장 지배력을 감안할 때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는 기업들은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행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신규 투자는 물론 M&A를 앞두고 있는 기업에서는 국민연금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정당한 주주권리 행사에 토를 달수는 없지만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의사판단 결정기구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서소정 기자 ssj@구채은 기자 faktum@주상돈 기자 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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