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중국 화단의 차세대 작가로 부상한 작가 관용(管勇ㆍ 38, 사진)이 첫 내한 전시를 갖는다. 한 번도 청소하지 않은 쓰레기더미로 가득한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작업실'과 책들이 빼곡히 꽂힌 서가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주로 선보인다. 영국 출신 화가인 베이컨은 마구간을 개조한 작업실에서 고깃덩어리 등을 소재로 그로테스크하고 강렬한 작품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관용은 24일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이 열리는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작업에 대해 "베이컨의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지저분한 작업실 속 작품행위가 있었다"면서 "그 작업실이 가진 예술의 원초적인 힘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에 소개한 회화작품 30점 중 베이컨의 작업실을 모티브로 한 그림에서는 물감 퇴적물이 이곳저곳에 부유하거나 그림 하단부분이 화가의 팔레트처럼 물감이 엉겨 붙어 있다. 작가는 물감 퇴적물을 잉여산물이자 본질적인 예술 에너지의 원동력으로 재해석했다. 10여년 전 관용의 화업 초기시절부터 지속돼 오고 있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라는 주제의식이 최신작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이번 작품이 '작업 현장'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이유다.
관용, 큰 스튜디오, 캔버스에 유화, 190x220cm, 2012
지난 2010년 후반부터 소재로 삼은 '책과 서재'가 담긴 작품들도 이번 개인전에서 살펴볼 수 있다. 분절된 시공간의 서가와 서로 다른 시선의 인물들은 관람자에게 혼란을 느끼게 한다. 여기서 책은 문화, 역사, 민족의 사고 집합체인 이상적인 오브제인 반면, 인물들은 현실을 뜻해 대치구조를 이룬다. 관용이 지난 2000년에 제작한 한 작품은 두 개의 화면으로 구성돼 한 폭은 흑백으로 초원에서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면을, 다른 한 폭은 컬러로 마치 예수가 황무지의 땅에 선구자로 내려오는 듯한 양식으로 마오쩌둥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현실에서 느끼는 이상향의 거리감이 오히려 과거 기억의 영웅적 요소보다 크다는 점을 나타냈다. 관용은 1975년 중국 산동 허쩌시에서 태어나 천진미술학원 유화과 석사를 마쳤다. 현재 베이징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미술정보업체 '아트프라이스 닷컴'이 지난해 발표한 전 세계 현대미술 아티스트 랭킹에서 271위를 기록했다. 1970년대 중국 출생 작가 중에서는 10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홍콩 재계 순위 30위의 조지 웡(George Wong) 파크뷰그린그룹 회장도 동행했다. 웡 회장은 건축가이자 부동산개발업자로,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조각 40점 등 다수의 유명 미술품을 소장한 컬렉터이자 관용의 후원자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자신이 홍콩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 받은 관용의 작품 두 점을 한국으로 보내 왔다. 웡 회장은 홍콩과 대만에 명물 테마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데, 오는 3월 베이징에 복합공간인 '아트호텔'을 오픈한다. 이 호텔 내부에는 그림, 조각, 가구 등 웡 회장의 소장품들이 비치된다. 전시는 다음달 21일까지. 문의 02-3479-0114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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