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여객기’서 ‘골칫거리’로.. 보잉787을 어떡하나

결함 해결 장기화될 때에는 세계 항공업계 전반에 파장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미국 항공기제작사 보잉의 차세대 여객기인 보잉 787 ‘드림라이너’의 연이은 사고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보잉사는 787기의 인도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과 일본 항공안전 당국은 리튬·이온 배터리 결함을 원인으로 보고 문제가 발생한 기체의 블랙박스를 수거해 분석에 나섰다.보잉 787은 세계적 성공을 거둔 767기의 후계기로 2000년대 초반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보잉의 비행기 사상 처음으로 동체에 탄소섬유소재를 적용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대거 적용하고 연비효율을 크게 개선했다. 보잉은 ‘꿈의 여객기’라는 뜻의 ‘드림라이너’라 이름붙이며 대대적 홍보에 나서는 한편 2007년에 첫 비행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잦은 생산공정 문제와 시험비행 지연으로 원래 예정했던 2008년보다 3년이 지난 2011년 9월에야 ANA에 첫 인도가 이루어졌다. ANA는 787을 세계 최초로 인도받은 항공사이자 최대 발주자이기도 했다. 인도 지연에 따른 항공사들의 반발과 시장의 우려 속에서도 ANA는 50대를 한꺼번에 주문하면서 787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현재 전세계에서 운용되는 787 49대의 절반이 일본항공(JAL)과 ANA의 항공기다.그러나 이달 들어 거듭된 사고로 일본 항공사들은는 복잡한 항공기술업계의 ‘실험쥐’와 같은 입장이 됐다. 특히 787기의 기술적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극도로 커졌다. 앞서 8일과 7일에는 JAL 소속 787기에서 이틀 연속 사고가 발생했다. 8일 보스턴시 로건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787기에서 항공유가 새어나가고 있음이 발견됐으며, 7일에는 역시 보스턴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JAL 소속 787 여객기의 날개 부분 캐빈에서 배터리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또 11일에는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ANA 소속 787기의 연료가 누출됐고, 13일에는 JAL 787기에서 역시 연료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16일 ANA 소속 787기가 조종실에서 발생한 연기로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일어난 뒤 ANA와 JAL은 787기의 운항을 모두 전면중단하고 조사에 나섰다.사고의 원인으로 가장 이목이 집중된 곳은 배터리였다. 미 연방항공청(FAA) 등 당국은 배터리 문제로 전기계통이 과열돼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분석에 나섰다. 보잉은 18일 “배터리 문제와 관련해 당국의 조치에 따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787기 인도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과 ANA, 배터리제조사인 일본 GS유아사 등의 주가는 급락세를 탔다. 하지만 다른 항공사들이나 제작사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마냥 경쟁사의 악재라고 좋아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모든 항공기가 그렇듯 787기 역시 세계 수많은 관련 업체들이 공동으로 힘을 합쳐 만들어진다. GS유아사를 비롯해 미쓰비시중공업·가와사키중공업·후지중공업 등 일본 업체들은 787기 제작의 35%를 담당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외에 이탈리아 알레니아·글로발아에로노티카, 스웨덴 사브, 인도 TAL 등 수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며 한국의 KAI(한국항공우주산업)과 대한항공도 주요 부품 공급사다. 만에 하나 787기의 안전에 더 근본적인 이상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이들 관련 업체들에게도 악재다.보통 새로 항공기가 제작되면 집중적인 시험과 인증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사실 본격적인 시험은 첫 운항에 투입이 되었을 때부터다. 최초의 민수용 제트여객기였던 영국 드하빌랜드(De Havilland)의 ‘코멧(Comet)’기의 경우 1952년 취역한 뒤 몇 차례에 걸친 결함 발생과 공중분해·추락사고로 운항 중단을 겪었지만 문제점을 고친 뒤 다시 운항에 투입될 수 있었다. 때문에 787기의 사고 빈발과 운항중단 등은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이후 기술적 문제점을 해결한 뒤 다시 생산과 운항이 재개되는 게 가장 유력한 전개 방향이다.그러나 만약 일부의 우려처럼 결함의 원인이 더 심각한 데 있을 경우, 파장은 전체 항공업계에 미칠 것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샌디 모리스 애널리스트는 “이 경우 관련 부품공급업계 전반에 영향이 미칠 것이며, 787기와 동급으로 라이벌 에어버스가 내년부터 인도에 나서는 A350 프로그램에도 타격이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A350에도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것과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되기 때문이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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