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성능 '입주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규제에 갇힌 주택정책 ②부실한 성능등급 인증주택성능 심사 준비 단 일주일.. 요식행위로 전락분양준비 4주에 등급 심사만 3주.. 사후관리더 모호[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주택성능을 인증받을 시간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대형건설사 주택성능인증절차 대행업체 부사장이 주택성능등급제도의 '무용론'을 강조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그는 "사업승인이 나고 분양공고를 하는 데까지 통상 1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며 "설계도면을 통해 27개 항목에 걸쳐 등급을 매길 수 있는 작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라고 혀를 찼다.이것도 주택성능등급 인증업체의 심사기간이 포함된 시간이다.인증기관은 한국감정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4곳으로 이들이 설계도면을 받아 인증을 부여하는 심사에는 3주 정도가 소요된다. 건설업체들이 분양단지 사업승인을 받은 이후 일주일 만에 인증 준비작업을 마치고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셈이다. 입주자들의 초미 관심사인 소음 관련등급을 비롯해 구조등급, 환경등급, 생활환경등급, 화재소방등급 27개 항목에 대한 설계도면상 성능표시를 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이 때문에 사업승인이 나기 전에 도면을 준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염두에 뒀던 도면과 다른 형태로 사업승인이 나게 되면 난감해진다"며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주택성능등급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될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소비자들이 주택성능등급 현황을 훑어볼 수 있는 홈페이지도 엉성하게 관리되고 있다. 지난 2005년 개정된 '주택법'에 따라 '주택성능등급 인정 및 관리기준'을 만들어 한국감정원 등 4개 인증기관이 돌아가면서 주택성능등급 인정센터를 만들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의 주택성능등급 인증 추이는 고사하고, 관련 제도운영 현황을 소비자들이 시의적절하게 살펴볼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업계 한 관계자는 "단지 사업승인 후 주택성능등급 표시 관련 공지를 살펴보기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했지만, 지난 201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공지사항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관리체계가 허술한 차원을 넘어 '관리 실종 단계'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이에따라 "인증제도 및 허가 절차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는 얘기도 적잖다.더욱이 주택성능등급 인증서 발급 이후의 관리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제도를 운영하고 평가기관을 지정 및 관리해야할 정부는 주택성능등급제도 틀을 만들었을 뿐 사후 관리는 인증기관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설계만으로 인증을 받은 후 입주단계에서는 그 성능을 입증하지도 않는다는 것도 형식적인 제도라는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는 대목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차라리 민간인증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이에대해 권혁진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주택성능등급제도 세부 운영에 대해서는 실무진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개선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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