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말춤?' 최용수, 진짜 말 타고 나온 사연

[상암=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정말 기가 막힌 세리머니를 준비 중입니다. 기대해도 좋으실 겁니다."열정적 세리머니로 유명한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이번엔 기발한 아이디어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평범한 슬라이딩이나 '뱃살텔리' 정도가 아니었다. 실제 말이 동원된 '블록버스터급' 세리머니였다. 서울과 전북의 K리그 42라운드가 열린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은 앞선 21일 제주전 승리(1-0 승)로 이미 올 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터였다. 좀 더 많은 홈 팬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날로 우승 세리머니를 이날로 미뤘다. 가장 큰 관심사는 최 감독이 과연 어떤 세리머니를 펼칠 것인가였다. 앞서 최 감독이 수차례 "우승 세리머니에서 정말 기막힌 장면을 보여주겠다"라고 공언해 왔기 때문. 경기는 몰리나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서울의 1-0 승리로 끝났다. 덕분에 시상식을 앞두고 경기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마침내 시상식. 시작은 평범했다. 최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선수들의 샴페인 세례를 받았다. 이어 선수들과 함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춘 정도가 전부였다.
진짜 세리머니는 이때부터였다. 선수단이 서포터즈석을 향해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하던 사이 최 감독이 사라졌다. 이후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와 함께 그는 경기장 옆 비상통로에서 등장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진짜 말과 함께였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 홈팬들과 선수들은 박장대소하며 열광했다. 이날 세리머니의 하이라이트였다. 실제 말을 공수한 것은 그가 직접 내놓은 아이디어. 말춤을 추는게 어떻겠냐는 주변 제안에 "왜 과천에 진짜 말도 있는데…"라고 말한게 발단이었다. 최 감독은 "홈 팬들 앞에서 이렇게 멋진 우승 세리머니를 하게 돼 기쁘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말을 타고 등장한 세리머니에 대해 "두 세달 전부터 머릿 속에 떠올렸던 생각"이라며 "싸이라는 친구가 강남 스타일과 말춤으로 한국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줬는데, 난 진짜 말을 데려오고 싶었다"라고 웃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당당하게 말을 타고 등장하던 최 감독을 향해 선수들이 샴페인을 뿌린 탓이었다. 깜짝 놀란 말이 앞발을 들어 올리며 몸을 흔들어댔고, 최 감독도 자칫 말에서 떨어질 뻔 했다. 다행히 재빨리 반응한 덕에 '낙마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최 감독은 "축제 분위기 속에 말 혼자 딴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라며 "말이 요동치는 순간 신변 위협을 느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동물이지만 오늘 같이 축제를 즐겼으면 좋았을텐데 말이 도와주질 않았다"라며 "아무래도 수입산 말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뿐만 아니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던 도중 공중에서 잔디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괜찮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이런 헹가래를 지도자 생활 중 몇 번이나 받겠냐"라며 "허리가 부러져도 상관없을 만큼 기쁘다"라고 답했다. 이어 특유 익살과 함께 "그리고 난 원래 잘 다치지도 않는 편"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세리머니의 마지막 순간, 최 감독은 선수단과 함께 크레인을 타고 서포터즈 앞에 섰다. 눈높이를 맞추며 함께 응원가를 부르며 우승을 자축했다. 최 감독은 "매고 있던 구단 넥타이를 풀어 서포터즈 앞에서 흔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라며 "고맙다는 마음을 꼭 팬들에게 알리고 돌려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정재훈 사진기자 roze@<ⓒ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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