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 마지막 궁녀가 들려주는 '서태후'의 삶은?

신간 '서태후와 궁녀들' 청나라 말기 최대 권력자였던 서태후의 일상 담아내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상소문을 읽으신 뒤에는 종이 위에 엄지손가락 손톱으로 꼭꼭 눌러 무언가를 표시하셨다. 상소문을 읽는 짧은 시간 동안 태후 마마의 손톱이 한번 움직이는 대로 어떤 이는 승진을 하고 어떤 이는 목이 날아가고 어떤 이는 귀양을 가게 되는 거다."

중국 청나라 말기 수렴청정으로 권세를 누렸던 서태후 (1835~1908)

중국 청나라의 마지막 궁녀 룽얼(榮兒)은 서태후(西太后)가 상소문을 읽는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청나라 말기의 최고 권력자로, 당대의 측천무후와 함께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지배자로 불리는 서태후. 신간 '서태후와 궁녀들'은 열세 살에 궁에 들어가 8년간 서태후를 모셨던 궁녀 룽얼이 구술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중국에선 1990년대 '궁녀담왕록'(宮女談往錄)이란 제목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측근에서 보필했던 궁녀의 눈에 비친 서태후의 모습은 비정한 권력자이기보다는 외로운 여인이었다. 저자는 "태후 마마는 명목상 지체 높은 황태후였지만 20대 중반에 과부가 된 한 여인일 뿐이었다"며 "산해진미를 먹고 능라주단을 입지만 한창때에 외로운 신세가 된 여인으로, 곁을 지키는 사람은 철없는 여자아이들뿐이고 자신을 받드는 이들은 간교한 태감들뿐이었다"고 회상했다. 룽얼은 서태후가 외로움과 고독감이 못 견디게 밀려올 때면 상소문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이 책에는 호사스러움의 극치를 누렸던 서태후의 일상도 상세하게 서술돼 있다. 서태후는 2인용 침대보다 넓은 온돌 침대에서 잠을 잤고, 식사 때면 매번 120가지가 넘는 요리를 차려놓고 먹었으며 같은 음식은 세 숟가락 이상 뜨지 않았다.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서태후는 매일 아침 흰 목이버섯을 달여 먹었다. 흰 목이버섯을 달인 물을 자주 마시면 얼굴이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한다는 속설을 믿었던 것이다.  
서태후의 침전에는 신선한 과일을 저장하기 위한 대여섯 개의 빈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과일향으로 안 좋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다. 궁녀들은 매월 둘째 날과 열여섯째 날이 되면 항아리에 든 과일을 꺼내고 다시 신선한 과일을 채워 넣었다. 룽얼은 "꺼낸 과일은 궁녀들이 가져갈 수 있었는데 태후마마와 황후마마의 처소에서 일하는 궁녀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호사를 누렸던 서태후였지만 의화단 사건으로 베이징을 떠나 시안(西安)으로 피난갔을 때는 벌판에서 용변을 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책은 서태후의 일상, 청나라의 실질적인 마지막 황제였던 광서제에 관한 일화 등 청나라 왕실의 은밀한 이야기는 물론 궁녀의 생활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청나라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이상미 기자 ysm1250@ⓒ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